'콜롬보 경찰'이 필요하다.구속영장 실질심사제와 함께 법원이 엄격한 증거 및 피의자 인권우선주의를 채택하고 나오자 경찰은 일손을 놓아버린 인상이다. 전국 경찰 어느 곳에서든 과학·인권수사에 대한 연구가 뒤따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능범·흉악범에 대한 경찰의 대응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도 수사방식의 획기적 개선없이는 이번 대구 연쇄살인 사건에서처럼 범인의 꽁무니만 쫓아다닐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과학수사의 기본인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우리나라에 설립된 것은 지난55년. 93년에는 국과수 남부분소가 부산에 설치됐다. 경찰은 거짓말 탐지기에서부터 두개골 감정으로 신원을 확인하는 슈퍼 임포즈 시스템, 혈액 모발 등으로 개인을 식별하는 유전자(DNA)분석법, 음성분석기, 컴퓨터몽타주기 등 최신 장비를 갖추고 있다고 내세운다.
그러나 일선 경찰들은'그림의 떡'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우선 귀하기 때문이다. 거의가 수입품인첨단장비는 가격이 비싸 국과수에나 있을 뿐 지방이나 경찰서에는 보급이 안되고 있다. 실제 대구북부경찰서는 통과차량 가운데 수배차량을 자동으로 찾아내 보고하는 자동판독기(약30억원)를팔달교 부근에 설치해 줄 것을 건의한지 오래지만 종무소식이다.
첨단장비를 갖춰봤자 사용할 인력이 거의 없는 것도 문제다. 그나마 지방까지 보급된 거짓말 탐지기조차 전문검사관이 태부족하다. 미국에서는 현재 거짓말 탐지기 검사관 양성기관만 국립2개,사설12개 등 14개가 있다. 특히 법의학 전문인력의 경우, 우리나라 수십개 의대 가운데 4곳에만법의학 교실이 있는데 그나마 지원자가 없어 1년에 한두명 배출이 고작이다. 미국이나 일본 등의경찰이 피의자인권을 최대한 보호하면서도 범죄를 해결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풍부한 장비와 인력이 있기 때문이다.
장비의 실효성도 일선 경찰수사의 과학화를 막는 요소다. 경찰은 17~35세의 성인남자 8백만명의지문입력을 마친 상태다. 사건현장에서 수집된 지문들과 비교,검색하는 지문자동검색기는 일선서까지 보급할 예정이다. 그러나 손가락 전체가 찍힌 완전한 지문이 아니면 지문으로 신원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입력자료와 장비도 '완전한 지문'이라야 써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선 경찰들은 도대체 어떤 장비가 있는지 거의 모른다. 어떤 것이 과학수사인지에 대한 이해도 없다. 치밀하게 증거를 수집해 범인을 잡아가는 방식보다 인권을 다소(?) 무시하는게 낫다는 의식은 지금도 경찰 내부에 남아 있다.
구속영장 실질심사제 등 피의자 인권보호 측면이 갈수록 강화되자 경찰은 수사할 방법이 크게 줄어들었다. 범죄첩보마저 제대로 수집안된다. 사건현장에 가면 한결같이 감식반만 쳐다보고 있다.대구 동구지역 연쇄살인사건에 대한 경찰수사가 피해자나 용의자 주변 탐문수사 수준에 머물고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가 크다. 지난달 5일 발생한 신암3동 주부살해사건은 피해자 신원파악에만5일이 걸렸다.
갈수록 지능화·광역화하는 각종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콜롬보식 과학수사'가 절실하다. 초보적인 감식장비나 심증수사로는 인권침해 시비는 물론 미제(未濟)사건을 양산하는 결과를 빚을 뿐이다.경찰 한 간부는"범죄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수사기법 개선과 수사요원 재교육이 필요하다"며"무엇보다 과학수사에 대한 경찰 내부의 인식전환과 예산뒷받침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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