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이 '산 넘어 산'이다. 한보사태와 노동법날치기 파문이 일단락 되자마자 소산(小山·김현철씨를 지칭)이라는 험난한 고개를 맞이했다. 또 이 문제는 김영삼대통령의 집권말기 권력누수 현상과맞물려 결국 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대통령의 사과담화와 당정개편을 통한 여권의 분위기 일신, 그리고 노동법파문의 일단락으로 정리국면으로 접어들 것 같던 정국이 현철씨 문제의 재점화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을 걷는형국이 돼 버렸다.
야권은 현철씨의 소문에만 그치던 것이 속속 현실로 드러나자 공세의 수위를 더욱 높일 태세다.야권은 더이상 좋은 먹이를 찾기 힘들 정도로 좋은 '꺼리'를 맞이했기 때문이다.반면 여권은 아무리 집권말기라고는 해도 대통령이자 집권당 총재의 아들이 관계된 사안이라 극도로 말과 행동을 자제하고 있기는 하지만 곤혹스런 표정이 역력하다.
공개된 자리에서는 "한보와 관련된 증거가 없는 한 증인으로 내세울 수 없다"는 입장에 변함이없지만 사석에서 만나는 의원들은 자주 "현철씨가 안 나서고는 다른 해법이 없다"며 "차라리 일찍 매를 맞는 것이 다음 정권에서 맞는 매보다는 적을 것"이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앞으로 또 얼마나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건들이 폭로, 공개되느냐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소문만 무성하던 것이 하나 둘씩 증거가 제시되고 있어 마냥 언제까지 소문으로 그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이미 내용이 백일하에 드러난 YTN 사장인사 개입을 비롯,KBS부사장에 특정인 임명종용 의혹,고교(경복고)선배인 김동진씨의 국방장관 인사영향력 작용과 하나회 제거 등 군개혁 입김설, 국무총리인사 사전 인지,특정인의 요직등용 등 지금까지 나온 내용만도 상상을 넘을 정도로 충격적이지만 더 큰 고비를 맞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10일 현철씨의 YTN사장 인사개입 내용을 폭로한 박경식씨(시사평론가 박경재씨의 친동생)는 "(현철씨와의) 전화통화내용만 해도 수십건이 남아있다"며 "설만 있고 물증은 없다고 하는데 내겐그와 관련한 다른 물증도 있다"고 말해 '후속타'를 예고했다.
또 여권의 한 소식통도 현철씨가 주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부터 사적으로 공직자동향에 대한 보고를 해 왔으며 인사에는 현철씨가 직접 간여하거나 이원종전정무수석이 대리인역할을 했다는 내용을 폭로하기도 했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현철씨 파문이 상황에 따라서는 한보나 노동법파문과는 차원을달리하지만 정권핵심부로서는 가장 수습하기 힘든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마저 있는 것으로 점치고있다. 현철씨 개인에 대한 처리 수준으로 그칠 일도 아닌 것 처럼 보인다.
여기에다 정권말기의 이완현상과 맞물려 여권내부에서 조차 비슷한 일들이 벌어질 공산도 없지않다. 여권핵심부에서 걱정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의 "임기가 끝나지 않았는데도 현정권을 얕잡아 보는일이 벌어지는데 앞으로 이런 식의 내부 이탈행위가 또 나타날지 모르는 일"이라는 말이 고민의 심각도를 말해준다.또한 갖가지 소문들과 드러난 증거에서 보듯 현철씨의 국정 '농단'은 국민감정 차원에서 최악의상황을 몰고 올 수도 있다. 야당에서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치고 나오는 모습에서도 험로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여권내서조차 "재빨리 대처했으면 호미로 막을 수도 있는 일을 가래로도 막지못하게 됐다"며 수습불가능임을 예고했다.
여권으로서는 '소산(小山)'이 '태산(泰山)'과 같은 무게로 짓누르고있는 형국이 아닐 수 없다.〈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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