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변신꾀하는 이회창대표

"'법대로'에서 '순리대로'"

이회창(李會昌) 신한국당 대표가 '법대로'에서 '법과 순리대로'로의 이미지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법대로'를 정치권에서는 다소 거북스럽게 받아들이는 기류가 있기 때문이다.

이대표의 이런 변모는 물론 집권당의 대선후보 획득과 대선승리라는'그랜드 플랜'의 일환이다. 이초대형 프로젝트 완수를 위해 그는 수많은 고비와 직면하고 있다. 민주계의 반이(反李)기류 무력화와 당의 화합도모, 경제위기 극복 등 집권당 대표로서의 국정능력 입증, 현철씨문제 등 한보사건의 마무리, 그리고 후보간 합종연횡 등에 의한 고립작전의 차단등이 1차 관문이다. 여기에다 이대표 자신의 실책방지까지 포함해 5대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면서 상처를 최소화할 때 그의 선두는 더 굳어지고 후보자리는 비로소 손 안에 들어올 것이다.

우선 이대표는 '법대로'로 통한다. 이 이미지는 위법, 탈법, 불법만 봐온 국민들에게 먹혀들지 몰라도 정치권에서는 별 약효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여백이 없어 보이는 '법대로'에서 타협과 조정을 중시하는 정치인 이회창으로의 변신노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그의 이런 노력은 특히 신한국당 대선후보자리의 결정요소인 당심, 그것도 민주계를 겨냥한 것이다. 당내 민주계의 이대표 경계심리는 한보파문을 계기로 '민주계 죽이기'의 배후로 지목되기까지에 이르렀다. 이대표로서는 더이상 당내 최대계파를 적으로 만들어서는 곤란하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그 때문인지 최근 정치권수사 조기종결 발언 등 이대표의 민주계를 향한 '구애작전'은 가시화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민주계의 반이기류는 표면상 현저히 줄었다. 하지만 속단하기는 이르다. 반이기류의잠복이 항구적이라는 보장은 없다. 민주계의 이수성(李壽成)고문 등 제3후보 물색 기류가 공공연히 감지될 만큼 민주계의 이대표에 대한 경계심은 여전하다. 여기에 중립적인 일부 민정계와 무계보 성격의 신인들을 포용하는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이래저래 그의 '법대로'이미지는 조정이필요할 것 같다.

또 경제회생과 국가경쟁력 회복이라는 국정위기 수습능력 입증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당보다는 정부가 1차적 책임을 지고 있지만 집권당의 대표자리에 있다는 점 때문에 그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또 결국 국민의 심판을 받는 객체는 정부가 아니라 당이기 때문이다.현철씨 문제를 포함한 한보사건 처리문제도 이대표의 말처럼 '검찰의 고유권한'이므로 조심스럽다. 입을 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입도 안 떼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도 없다. 또 현직 대통령의 아들문제를 법만 강조한 나머지 김심을 엇나가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찌보면 능력 밖의 일인지도 모른다. 때문에 적극적 해결이나 수습보다 상처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 와중에 그의 최대 원군이었던 김윤환(金潤煥)고문과 그의 측근인사들이 한보유탄에 상처를 입어 이대표 역시 한보파문의 간접적 피해자가 될 공산마저 없지 않다. 그가 정치권수사 조기종결을 이야기한 것도 이런 이유때문이다.

합종연횡을 통한 반이전선의 구축가능성 또한 이대표에게는 커다란 부담이다. 대표취임 초 만연하던 이회창 대세론은 지금은 다소 누그러져 있다. 당내 대선후보 안정권에 진입하지 못했다는방증이기도 하다. 이런 판국에 반이세력의 구축은 경선승리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때문에 이대표는 의원 지구당위원장 등을 상대로 반이그룹 형성을 차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마지막으로 정치적인 판단착오나 말실수 등에 의한 자충수도 주의해야한다. 대표취임 한달동안그는 벌써 경쟁자들을 자극하거나 "군을 주의해야 한다"는 등 평지풍파를 부르는 아마추어 수준의 실언을 몇차례 선보인 바 있다. 정치감각 부족때문이었다. 단정적 표현을 즐기는 이대표로서는실언등 패착을 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의 최대약점이 될공산도 없지 않다.〈 李東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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