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황장엽 전노동당비서가 주중한국대사관에 망명을 요청한지 67일만에 서울에 안착함으로써대단원의 망명드라마가 막을 내렸다.
황씨 사건은 북한체제를 지탱해온 주체사상의 대부이자 분단이후 최고위급 인사의 망명이란 각별한 의미를 담고 있어 서울도착까지 남북한과 중국등 관련 당사국에 큰 파장을 남겼으며 그 여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황씨의 망명은 일단 그가 북한의 교조적 통치이념인 주체사상을 집대성한 인물이란 점에서 주체사상의 탈북을 의미하며 김정일체제의 붕괴조짐을 시사하는 단초로 받아들여졌다.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식량난과 만성적인 경제난에 허덕이는 북한체제가 사상적으로도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고 지도층에서부터 균열이 시작되고 있음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황씨 사건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워온 중국과 미국등 한반도 주변 열강들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사건처리를 유도함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특히 중국은 사회주의혈맹인 북한과 긴밀한 경제협력관계를 유지해온 남한과의 틈바구니 사이에서 독자적인 관할권 행사와 중립적인 태도를 통해 대한반도 영향력을 확대하는 계기로 삼았다.중국이 국제법 및 국제관례에 따라 황씨의 망명을 허용토록 한 것은 우리 외교의 성과지만 '한국직행'이 관철되지 못하고 필리핀에 한달여동안 체류하는 형식으로 서울행이 실현된 사실은 협상의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다.
특히 중국측의 '정치적 이용금지' 요구도 내정간섭적 성격이 짙다는 점에서 협상결과에 아쉬움을표시하는 시각도 있다.
다행스런 것은 황씨 사건이 남북관계에 파국을 몰고올 수도 있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오히려 남북관계가 순항하는 아이러니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사건 초기 '남조선의 납치극'이라며 보복위협까지 하던 북한이, 중국이 황씨 망명을 허용할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대세를 읽고 조기에 입장을 선회한 것이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북한은 이에 따라 황씨 망명을 허용하는 명분을 잃었지만 남북관계는 물론 미-북관계등 주요 외교현안과 분리해 실리를 취하는 태도를 견지했다.
황씨가 북경에 체류하고 있던 지난달 초 북한이 뉴욕에서 열린 4자회담 설명회, 그리고 필리핀에체류중이던 16일에는 3자설명회 후속회의에 각각 참석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정부 또한 이번 사건으로 남북관계에 악영향이 미치지않도록 한다는 방침에 따라 신중하고 조심스런 자세를 계속했다.
중국과 미국은 이번 사건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조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남북한을 상대로 각기 절반의 양보를 요구해 관철시킨 셈이다.
황씨의 서울안착은 남북관계와 함께 국내 정치적으로도 당분간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소지를 내포하고 있다.
물론 정부는 황씨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이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한보사건으로 현 정권이 최대위기를 맞고 있고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 선거때마다 제기돼온 '북풍'과 같이 이번에는 '황풍'이 몰아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특히 정치권은 한국내 친북인사에 관한 정보라 할 수 있는 소위 '황장엽리스트'의 존재여부를 놓고 이미 한바탕 논란을 벌인 바 있고 이러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물론 전문가들은 황씨가 당의 사상과 이론가로서 주로 국제관계를 담당해온 만큼 그같은 정보를파악할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다며 리스트의 존재 가능성에 회의적인 게 사실이다.그러나 만에 하나 리스트가 실존한다면 정치권 전반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핵탄두로 작용할 소지가 커 그 파장은 예측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북한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황씨를 관리하는데 있어 보다 신중하고 차분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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