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개한 벚꽃잎이 봄바람을 타고 흩날리던 날, 꽃소식이 그리웠던지 절친한 벗으로부터 한번 만나자는 연락이 와서 친구의 집으로 향했다. 고층아파트에 사는 관계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문을닫고 올라가려는 순간 어린 소녀가 달려오기에 열림 스위치를 누르고 타기를 기다렸다. 하지만기대에 어긋나게도 어린 소녀는 한참 아래위를 뚫어지게 훑어보고 서 있었다. 소녀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결단을 내렸는지 나와 함께 탔다. 나도 그렇게 험상궂은 얼굴은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쓴웃음을 지었다.
순간의 만남이었지만 그 소녀와 나에게는 너무나 긴 침묵의 시간이었으며 어떻게 순진무구한 어린 소녀가 불신의 벽을 그렇게 많이 가지고 있었는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이 사회는 급변의 소용돌이 속에서 돌아가고 있는 것임에 틀림이 없다. 서구 문명의 급속한 유입이 자신의 가치관을 추스릴 틈도 없이 블랙홀로 빨려들어가 혼돈을 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다.믿음과 소망과 사랑을 배우기 전에, 좋고 나쁜 것을 가릴 줄 알도록 교육시키고, 심지어는 상대방의 관상을 보는 법까지 지도하는 마당이니 소녀가 가진 불신의 마음을 탓하기 전에 애처로운 마음이 먼저 앞선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도덕성 부재, 인간성 상실, 가치관의 혼란으로 말미암아 불신의 가시덤불로 가득채워져 있는 곳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영국의 낭만시인 워즈워드는 그의 시에서 노래하고 있다. 이는 어린이의 명경지수같은 마음은 현시대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로 보아져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기성세대가 차세대를 위해서 해야 할 일은 그들을 가르치기전에 자신의 마음을 갈고 닦는 심성가꾸기가 더욱 중요하다. 자신은 '바담풍' 하면서 다음세대에 향해서는 '바람풍'하라고 한다면 이또한 어미게가 옆으로 걸으며 어린게에게 똑바로 걸으라는 것과 무엇이 다를바가 있을까.엘리베이터에서 또 하나의 콘크리트 문화가 빚어낸 우리시대의 자화상을 보며 씁쓸함을 지울수가없다.
〈상서여상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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