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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장두호미

예술은 곧 인생이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특히 서예는 그러하므로 '서예는 곧 인생'이라 일컬으면 조금도 틀림이 없다.

서법에 장두호미(臟頭護尾)가 있다. '장두호미(臟頭護尾)하면 역재자중(力在字中)이라'는 법도에서나온 말이다. '머리를 갈무리하고 끝을 감싸면 글자에 힘이 있다'는 뜻이다. 한 획을 그을때나 한자를 쓸때 처음은 감추어 갈무리하고 끝은 안으로 감싸 거두어야 그 글씨가 힘을 지닌다는 것을강조한 말이다.

장두호미는 서법의 기본이다. 아니 서법의 시작이자 마지막이다. 장두호미만 제대로 익혀도 서예의 경지에 이르렀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익혀 실행하기란 쉽지 않다. 수십년 붓을 잡아도 장두호미하기는 어렵다.

인생도 그렇다. 장두호미한 삶은 잘 산 삶이다. 그러나 70평생을 살아도 장두호미한 삶을 살기란어렵다. 요조숙녀로 살아온 정경부인이 있었다. 일찌이 청상이 되었으나 수절해왔다. 그러나 말년에 음색에 빠져 자식과 가족을 돌보지 않았다. 그동안 칭송해 마지않던 사람들이 손가락질하고욕을 해댔다. 장두호미하지 못한 예다. 40대의 한 여인이 있었다. 어린나이에 순결을 빼앗기고 술집작부·술집마담·다방마담 등등으로 청춘을 허비하며 이 남자 저 남자의 품에 안겼다.그러다 10여년전 과거를 청산하고 남을 돕는 일에 헌신했다. 뜨개질을 한 옷을 고아원에 갖다주고, 양로원을 찾아 위문하고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힘껏 도우고 있다. 한때 손가락질하던사람들이 지금은 칭찬을 마다 않는다. 이 여인이야말로 장두호미한 삶을 산 좋은 예다.우리는 불행하게도 장두호미한 삶을 살지 못한 지도자를 보아왔다. 두 전직 대통령이 그러했고지금 대통령이 그러하다. 이분들이 장두호미의 서법만 제대로 익혀 나라를 다스렸다면 우리는 얼마나 행복했을까.

서예는 곧 인생이다. 서법대로 쓴 글씨는 잘 쓴 글씨요, 서법대로 사는 삶은 바른 삶이다. 서법에충실치 못한 글씨는 나쁜 글씨요, 서법에 어긋난 삶은 잘못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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