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명오페라단 정기공연 '삼손과 데릴라'

오페라 정기공연 연습실

'나는 오직 신에게 의지할 뿐입니다. 눈이 빠져 빛을 빼앗기고, 힘 또한 빼앗겼습니다…'삼손이 처절한 아리아를 부르자 이방인 손에 넘어갔던 거대한 다곤의 신전이 무너지면서 삼손도,그를 유혹한 데릴라도, 수많은 군중도 비명속에 사라진다.

가뭄의 고리를 끊는 봄비가 뿌리던 12일 오후.

계명대 대강당은 뜨거움만이 가득하다.

27일부터 29일까지(오후 7시 30분) 사흘동안 대구시민회관 대강당에서 열릴 계명오페라단의 제9회 정기공연작인 생상의 '삼손과 데릴라'의 연습장.

정정자 유충렬 문학봉 이영기 김정화씨등 낯익은 성악가들이 땀을 씻어내며 마무리 작업에 열심이다.

총연출을 맡은 김원경씨(바리톤, 계명대 교수)의 손짓이 떨어지면 넓은 대강당은 순간, 성경 구약시대의 팔레스티나로 옮겨간다.

대사제와 병정들, 이스라엘 백성들과 블레셋 인들이 가득차있다.

삼손은 비틀거리며 신전으로 다가서고 데릴라는 요염한 몸짓으로 그를 비웃는다. 이방인들은 합창으로 한때 괴력을 지닌 신으로 추앙받던 그를 조롱한다.

우렁찬 합창단은 계명대 재학생들로 구성된 젊은이들.

같은 시간, 계명교향악단은 교향악단 연습실에서, 계명발레단은 체육관에서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길 기다리며 그 만큼의 땀을 흘리고 있다.

창단 20주년을 맞은 계명오페라단은 3막 2장에 이르는 이 대작 오페라를 위해 1억5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4개월째 싸움을 벌이고 있다.

무대출연자만 2백60여명이다.

김원경씨는 "기독정신에 입각한 학교의 이념에 맞춰 '삼손과 데릴라'를 공연하게 됐다"며 "영화등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지만 무대에서는 다소 생소한 프랑스 오페라여서 부담이 크다"고 말한다. 그러나 "클라이막스인 신전붕괴 장면이나 조명과 막을 이용한 특수효과, 화려한 발레등 볼거리가 풍성하고 모든 대사를 번역해 공연한다"며 "사실적 표현으로 웅장하고 화려한 무대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이번 오페라의 어려움은 음악.

프랑스 오페라답게 변박자가 많은등 까다롭다.

지휘자 강수일씨(계명대 교수)는 "프랑스 오페라는 교향악단의 역할이 반주라기 보다는 듀엣 형태로 음악이 크게 강조돼있다"며 "스케일도 크고 콘트라 바순이나 베이스 클라리넷등 특수 악기도 많아 색다른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신전이 무너지는 클라이막스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6마디뿐인 마지막 소절을 세번 반복해극적인 효과를 더했다.

계명대 대명동 캠퍼스에서 동쪽으로 넉넉히 2시간.

지난해 11월 완공돼 말쑥한 영남대 오페라단 전용 연습실.

또 다른 오페라가 기다리고 있다.

베르디의 '아이다'.

잘 알려진 이태리 정통 대작 오페라다.

계명 오페라단이 완숙한 모습이었다면 영남대 오페라단은 힘으로 가득차 있다. 재학생과 졸업생만으로 이뤄지는 무대다.

'아이다'는 영남대 오페라단이 15년전인 82년에 공연하고 이번이 두번째.

올해는 개교 50주년.

그래서 각오가 새롭다.

9월 23일부터 나흘동안(시민회관 대강당) 막이 오르지만 지난달 중순 일찌감치 연습에 들어갔다.오페라 경험이 적은 만큼 철저한 연습으로 무대를 꾸미겠다는 생각이다.

영남대 오케스트라(지휘 장한업), 합창단(지휘 서수용), 무용단(안무 김희숙)등 2백여명이 무대에오른다.

모교 개교 50주년 무대에 오르는 행운의 얼굴들.

은재숙 윤현숙 김진형 김형국 임서규 하재완 윤미원 조진주 임익선 김상호 제상철씨등 몇몇을 제외하곤 다소 낯선 얼굴들이다. 신인티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펄펄뛰는 싱싱함이 있다.아직은 초보 연습단계. 전막을 원어로 해야해 부담이 적지 않다.

총감독 정광씨(테너, 영남대 교수)는 "'아이다'가 수에즈 운하 개통 기념작으로 만들어진만큼 어떻게 개교 50주년과 연결시켜 경축 잔치로 만드느냐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연출자(정수동)와 음악코치(이일구)를 초빙해 원작에 충실한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

클라이막스는 2막 2장에 나오는 라다메스의 개선장면.

외국에서는 이때에 연주되는 개선행진곡 연주자가 따로 소개될 정도로 유명하다. 이 화려함을 살리기 위해 이번에는 연주자를 직접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당시 축제용 긴 나팔을 구하고 6명의나팔수가 당당한 개선행진곡을 연주한다.

정씨는 "'아이다'는 무대가 6-7회 바뀔 정도로 복잡하고 웅장한 작품"이라며

"프로정신으로 무장된 대학 오페라단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자랑한다.

지난 5월초 대구시립오페라단의 '세빌리아의 이발사'에 이어 만나게되는 '삼손과 데릴라'와 '아이다'. 어떤 오페라도 따라오기 힘든 대작들로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 분명하다. 시립오페라단은 푸치니의 '나비부인'을 하반기 공연으로 예정하고 있어 올해는 '대구 오페라의 해'라고 해도지나치지 않을 만큼 오페라의 달콤한 유혹이 기다린다.

〈삼손과 데릴라 배역〉

연습:오후 4시 30분, 계명대 대강당

삼손(테너):이종헌 박성원 유충렬

데릴라(메조 소프라노):김정화 정정자

고승(바리톤):이영기 문학봉

아비멜랙(베이스):박찬일 구형광

히브리 노인(베이스):김명지 이상철

〈아이다 배역〉

연습:오후 6시, 영남대 오페라 연습실

아이다(소프라노):은재숙 윤현숙 김진형

라다메스(테너):김형국 임서규 하재완

안네리즈(메조 소프라노):윤미원 조진주

아모나즈로(바리톤):임익선 제상철 김상호

람피스(베이스):문성환 소병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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