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명동성당 한총련 철수요구

한총련이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위기에 몰렸다.

과거 험난한 민주화과정을 거치면서 피신처를 원하는 운동권 학생이나 재야인사들의 보호막 역할을 했던 명동성당마저 한총련을 배척, 이땅에서 기댈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된 것이다.명동성당이 농성학생들의 자진해산을 요구한 것은 뚜렷한 명분도 없이 무고한 시민을 때려 숨지게 할 정도로 순수성과 도덕성을 상실한 한총련을 두둔해서는 안된다는 여론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 한총련 핵심 인물들이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한총련 학생들이 12일 서울 명동성당을 농성장소로 택한 것은 이 성당이 과거 오랜 세월동안 다져온 이른바 '성역'으로서의 위상때문이었다.

명동성당이 격변의 역사속에서 쫓기는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찾아드는 피난처 역할을 해온 것은성당이 신성한 곳이라는 폭넓은 인식과 곤경에 처한 어려운 사람을 보호해야 한다는 교회적 사명감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서는 천주교 내부에서 성당의 역할과 현실참여 정도를 놓고 진보와 보수 세력간에 미묘한 입장차가 나타나고 정부 당국이 강경한 법집행 의지를 고수하면서 피난처 또는 성역으로서 명동성당의 지위가 다소 퇴색된 것도 사실이다.

명동성당은 그러나 지난해 말 정부.여당의 노동법안 국회 기습처리에 반발해 총파업을 주도, 업무방해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됐던 민주노총 지도부를 1개월동안 보호, 성당의 위상에 관한논쟁에 불을 붙였다.

결국 정부와 여당이 노동법안 기습처리의 잘못을 인정, 노동법 재개정을 약속하고 민주노총 지도부에게 발부된 사전구속영장을 철회함으로써 명동성당은 성역으로서의 입지를 다시 굳혔다.그후 5개월만에 시대착오적인 폭력투쟁 노선을 맹종하다 와해위기에 처한 한총련이 최후의 투쟁장소로 명동성당을 택했지만 성당측은 곧바로 농성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나선것.

명동성당 관계자는 "명동성당이 종교적으로는 분명 성역이지만 법적으로 치외법권 지대인지는 일반 대중의 존중 여부에 달려 있다"며 한총련 학생들도 이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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