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아 인수 어느 재벌이 노리나

"삼성, 현대, 대우 '빅3' 각축"

기아그룹의 경영권 향배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성공적인 자구노력으로 재기에 성공하면사정이 다르지만 부도방지협약 기간내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면 경영권은 제 3자에게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제 3자 인수로 가닥이 잡힐 경우를 전제로 기아의 인수후보로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는 재벌들의입장과 재계의 시각을 살펴본다.

▲삼성그룹=삼성은 현재로서는 기아 인수에 나설 입장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현재 미국에 체류중인 이건희 회장도 기아그룹에 대한 부도유예협약 적용사실을 보고받고도 그룹측에 별다른 지시를 내리지 않은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다가 경위야 어찌됐든 간에 삼성보고서 파문으로 도덕적으로 상처를 입은 삼성의 입장에서는 기아 인수에 가시적으로 나서기에는 국민들의 시선이 무척 부담스러운 형편이다.

그러나 부도유예협약기간내 기아가 재기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삼성은 직·간접적으로 기아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자동차사업을 그룹의 주력사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있는 삼성 입장에서는 기아를 인수하면 단번에 업계의 선두권으로 부상할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현대그룹은 삼성이 기아를 인수하는 경우를 최악의 사태로 상정해 오래전부터 대책을강구해 왔다. 한 마디로 삼성의 기아인수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삼성이 기아를 인수할 경우 선두자리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올 초까지만 해도 기아주식을 4%% 가량 보유하고 있던 현대가 최근 삼성자동차보고서파문으로 기아에 대한 재계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기 위해 기아주식 57만주를 추가매집, 기아주식보유지분을 5%% 가까이로 늘린 것도이런 맥락이다. 또 지난 14일에는 기아자동차가 발행한 3년만기 사모 전환사채(CB)를 5백억원어치 사들인 것도 기아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것이 기아와 현대 양측의 공통된 설명이다.그러나 현대도 기아가 부도유예협약기간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실패하면 기아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재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현대가 종합기획실을 중심으로 잇따라 대책회의를 갖는 것도 이번 사태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대우그룹=작년말 소형승용차 라노스를 시작으로 3개 차종의 신차를 잇따라 출시하고 자동차사업을 그룹의 핵심 주력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대우의 입장에서는 삼성의 기아 인수는 현대보다도 더 반대하고 싶은 마음이다. 삼성이 기아를 인수하게 되면 자동차업계의 판도가 현대와 삼성간의 선두권경쟁으로 재편되면서 대우는 졸지에 업계 3위로 내려 앉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있기 때문이다. 대우는 그러나 기아의 멸망보다는 재기를 더 바라고 있다. 현대-대우-기아로 짜여져 있는 현재의 승용차업계의 판도가 대우 입장에서는 유리하다는 것이다. 또 최근까지 국내외에서 자동차사업을 대대적으로 확충했기 때문에 덩치가 만만치 않은 기아를 인수하는 데는 적지않은 부담이 따를 것으로 대우는 판단하고 있다.

기아의 제3자 인수가 추진되면 대우는 레저용차량(RV)이나 승합차 부문을 보강시킨다는 의미에서 소하리공장이나 아시아자동차 광주공장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없지 않다. 대우그룹이 지금까지 다른 기업을 인수해 주력 계열사로 키워 왔다는 그룹의 역사가 이런 가능성에 대한 설득력을더욱 높여주고 있다. 기아 인수에 나설 경우 현대와 조인트할 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LG그룹=오래전부터 자동차사업 진출을 모색해온 LG그룹은 자동차사업에 진출할 뜻이 없다는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LG는 이러한 공식입장이 구본무회장의 뜻이라고 강조하고 있다.1,2위에 오르지 못할 사업에 신규진입할 수 없다는 것이 구회장의 방침이라고 LG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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