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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동물세계에서 경계선 싸움은 치열하다. 사자와 같은 덩치 큰 포유동물일수록 경계표지가 지워질까봐 냄새나는 분비물을 나무둥치에 바르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수놈은 이렇게 바운다리지키기에 바빠 새끼들과 함께 있을 시간이 없고, 암놈은 새끼들이 다른 동물들에게 물려 갈까봐마음을 놓지 않는다. 조류학자 제임스 피셔는 '생식기의 새들은 서로가 일정한 세력권을 형성하지만 그 중립지역의 불가침성을 급속히 상실할 때도 있다. 이웃 수컷이 영역을 침범하면 견제 울음으로 쫓아버리지만 울음소리가 약하고 쫓아낼 힘이 없으면 영역은 서서히 잠식당하고 만다'고설명한다. 동물세계에서의 경계의 한계도 힘의 우열에 따라 밀기도 하고 밀리기도 하여 인간의눈에 보이지 않는 지도는 수시로 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역이나 경계를 아랑곳하지 않는 새들도 있다. 뻐꾸기 암놈들은 교미의 즐거움을 즐기고 나면 이웃 개개비나 오목눈이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는다. 알에서 일찍 깨어난 뻐꾸기 새끼들은 아직 알에 깨어나지 못한 진짜 새끼의 알들을 몸뚱아리로 밀어내 버린다. 날아온 돌이 박힌 돌을 빼는 적반하장의 실험실이다. 2백해리배타적 경제수역획정을 앞두고 일본이 '동물의 세계'에서나 볼 수 있는 영토확장을 시작했다. 중국도 때를 놓칠세라 '직선기선'을 일방적으로 설정하여 나쁜 이웃의 본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새들의 전쟁'에서 버텨내는 방법으로 열심히 울부짖고 날갯짓하여 영토를 스스로 지켜내는 길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들을 빼앗기면 봄까지 빼앗기지만땅을 잃으면 둥지까지 잃게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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