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내에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DJ비자금사건의 공개와 공격수위를 놓고 이회창(李會昌)총재측과 이한동(李漢東)대표 및 당중진들사이에 미묘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갈등과 내분으로까지 확대되지는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잠복상태로만 남아있지 않을듯하다. 이총재중심 단합론이 다소 흔들리고 있다.
우선 이총재는 DJ비자금사건의 핵심에 서있는 모습이다. 그는 12일 저녁"이번 비자금파문은 흠집내기 차원이나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정국전환의 술수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만들어가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는 불행스런 일이지만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구태정치의 단면"이라고 언급, 불퇴진의 각오를 다졌다. 이총재의 한 측근도 "이번 사건은 3김청산 차원에서지켜봐야 한다"면서 "이에 대한 이총재의 입장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도 11일 "비자금자료는 이총재와 사전에 충분한 검토를 거친 것이며 비자금공개가 이총재의 승인없이 가능하겠느냐"면서 "이총재가 당내 중진들에게도 이같은 사실을 직접 설명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최근 당내 일각에서 강총장 인책론도 나오고 있다.요즘 이한동대표도 심사가 편치 않다. 그는 강총장이 DJ에게 돈을 건네준 기업들의 명단을 발표하기 전에 "경제가 어려운 마당에 다시 경제계를 위축시켜서는 안된다"며 신중을 당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대표측에서 제기하는 문제는 정국을 뒤흔들만한 이같은 중대한 사건의 공개와 처리과정에서 철저히 상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 2차 기업명단 폭로때는 전화로만 사후통보했을 뿐이다. 당혹감과 서운함이 짙게 깔려있다. 물론 이에 대해 강총장도 최근 문제처리 방식을 놓고 사과를 했다는 후문이다. 이대표의 측근들은 "허세대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향후 이대표의 대응태세가 주목된다.
이 와중에 당내 중진들도 주류, 비주류 가릴 것없이 불만을 터뜨렸다. 이한동대표와 김수한(金守漢)국회의장, 김윤환(金潤煥), 김명윤(金命潤), 박찬종(朴燦鍾)고문, 김덕룡(金德龍), 신상우(辛相佑), 서청원(徐淸源)의원 등은 12일 긴급 모임을 갖고 이번 사태가 대선 승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경제적 파장을 고려, 추가폭로는 신중하게 처리할 것을 이총재에게 건의키로 했다. 이날 이번 파문에 대해 비판적 견해가 적지 않았으며 특히 일부는 이총재의 특단, 즉 후보사퇴를 주장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윤환고문은 회동후 자택에서 이총재를강도높게 비판, 10월말 시한부 협조론을 다시 상기시키는 듯한 인상이었다.
한편 비자금 폭로이후 다소 주춤하던 비주류의 기류가 이총재의 지지율 하락으로 다시 꿈틀대고있다. 서석재(徐錫宰)의원도 12일 민주당과 국민통합추진회의쪽과 접촉을 갖고 민주개혁 대연합방안에 대한 논의를 재개했고 서청원(徐淸源)의원도 후보사퇴불가피론의 공세 시기를 저울질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대위원장 수락의 뜻을 조금 내비쳤던 박찬종고문도 다시 발을 빼는 태세다. 잠복했던 여당내 10월 대란설의 불씨가 다시 지펴지기 시작한 것일까.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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