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예의없는 미군

24일 오후 3시50분 쯤 대구시 남구 이천동 미군 캠프헨리 정문. 이재용대구남구청장과 장택진남구의회 의장이 지난 21일 새벽 캠프워커내 총성사건을 항의하기 위해 미군부대를 방문하는 길이었다. 미 제20지원사 레딩하비사령관(46)과 만나기로 한 시각은 오후 4시. 관례로 본다면 부대 측에서 안내원(에스코트)이 나와야 하는데도 어느 한사람 나타나지 않았다.

정문의 미군들은 구청장과 의회의장의 부대 방문 사진을 찍는 기자들을 제지하며 헌병까지 불렀다. 상황을 설명하고 부당한 처사에 대해 항의했지만 미군들은 끄떡하지 않았다. 부대 공보실에서나온 미군속 한국인은 간단히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로마에선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한댔지만, 이들은 한국의 예절.한국적 정서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없었다.

미군의 몰염치한 행동에 자치단체장과 의회 의장은 차 안에서 꼬박 25분을 기다려야 했다. 4시20분이 지나면서 미군 공보관이 서류 한 장을 들고 부대 입구에 나왔다. 한마디 사과도 없이 일일이 이름을 확인한 뒤에야 회의장으로 향했다.

미군 측의 무례는 여기에 끝나지 않았다. 10여명의 미군 담당기자 중 4명만 출입하도록 제한했다.담당 기자들은 항의의 의미로 1명만 들어가 취재하기로 했다. 그런데 기자에게 질문할 기회조차줄 수 없다고 통보해 '예고된 취재 방해'라는 의혹을 샀다. 사령관에게 미군 측의 처사가 부당하다고 설명했지만 "질문지를 보내면 답변해 주겠다"며 끝내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총기사용이 군 작전상 불가피하다며 주거 전용지역 주변에서도 군사훈련을 계속 하겠다는 사령관. 미군의 군사훈련만 중요하고 대구시민의 생활권은 무시될 수 있느냐는 구청장과 의장의 항변.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부대 주변 주민들의 속앓이는 '다음부터 훈련 전에 반드시 통보하겠다'는 말로 깨끗이 해소될수 있을지 의문이다.

〈全桂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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