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참으로 뜻깊은 자리가 동산의료원에서 있었다. 지난 2년동안 사후 자신의 시신을 젊은 의학도들의 해부실습용으로 기증했던 일곱분의 합동 해부제 예배였다.
나는 그중 한분을 추모하며 그자리에 참석했다. 95년 8월 87세를 일기로 돌아가신 그분은 우리나라 음악사에 주옥같은 가곡 '바위고개''어머니 은혜'등을 남기신 이흥렬선생님의 미망인인 임호선여사님이셨다. 8년전 교회에서 처음 뵙게된 그분은 한결같은 사랑으로 부족한 나를 격려해 주셨다.
돌아가시기 몇해전 이미 유언장을 작성하셔서 당신의 몸을 젊은 의학도에게 내어주기로 결심하신마음은 어디에서 연유된 것인가? 유교사상이 사회전반에 깊게 깔려있는 우리나라 정서에서는 시신기증이 자연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육체적 죽음후에도 시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실히 믿는 그분은 이땅의 삶이 참으로 아름다우셨을게다. 한평생 이웃을 사랑하고 남을 위해 기도해 준분이셨다. 테레사수녀처럼 세계를 돌아다니지는 않았지만 그분이 계셨던 자리는 언제나 따뜻함과위로가 넘쳐났던 것을 기억한다.
TV뉴스만 켜면 죽음 후의 시간은 커녕 내일일도 나몰라라 하는 사람들이 서로 폭로하고 비방하고 변명하며, 남의 탓만 하는 이 시대에 임여사의 유언장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이 가을 나는 그분을 추모하며 이런 글을 떠올려본다.
"한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알 그대로 남지만 한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수많은 열매를 맺으리라…".
〈이만수-프로야구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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