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운반부에서 한국어 교사, 그리고 신문기자까지. 장윤기씨(75)의 인생은 이 나라 역사만큼이나 기구하다. 제국주의와 일본 군국주의, 옛 소련 사회주의 등 20세기가 만들어낸 온갖 체제의 산경험자. 사할린에서 58년만에 귀국, 고국의 겨울을 맞은 장씨는 이 나라를 위한 마지막 봉사의 기회를 찾고 있다.
장씨가 고향 현풍을 떠나 일본 오사카로 향한 것은 17세 때. 석탄 운반, 화학공장 운반부. 닥치는대로 일하며 밤에는 야간학교를 다녔다.
43년 어느날 밤, 들이닥친 일본경찰에 그는 러시아 소설을 읽었다는 혐의에다 내선일체를 비판하는 내용의 일기장으로 인해 체포됐다. 한달여의 투옥생활. 요주의 인물로 지목, 거주이동의 자유를 뺏긴 장씨는 더이상 오사카에 머물수 없었다.
"사할린으로 도망쳐 벌목공 생활을 2년정도 하고 나니 해방이 되더군요. 당시엔 너무나 기뻤지만영영 돌아올 수 없는 신세가 될줄은 몰랐습니다" 해방되기 5개월 전 결혼한 아내는 '여자와 노인을 우선 귀국시킨다'는 일본의 정책에 따라 한국으로 떠났고 그것이 아내와의 마지막이었다."48년쯤 함께 떠났던 장모님에게서 편지가 왔었습니다. 아내가 아이를 낳다 죽었다는 내용이었죠"하늘이 무너졌지만 쓰러질 수 없었다. 보통학교밖에 마치지 못했지만 사할린 민족학교의 한국어교사로 나섰다.
장씨는 대한적십자사의 배려로 지난 2월말 영구귀국, 경북 고령군 쌍림면 대창양로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금 사할린 2 세들은 우리글을 몰라요. 알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할 일은 이국땅 우리 후손들의 교육을 위해 조국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팔순을 바라보는 장씨는 사할린 실상에 대한 책을 펴내는 작업에 마지막 힘을 쏟고 있다.
〈崔敬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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