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의 긴급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우리 정부가 서명한 양해각서는 크게 볼 때 △재정긴축 △자본시장의 조기개방 및 개방폭 확대 △재벌의 기업경영구조 개선 △부실금융기관의정비를 비롯한 강도높은 금융개혁 등 4가지 골격으로 짜여져 있다.
외환위기를 초래한 취약한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에 그치지 않고 근본적으로 우리경제의 운용틀을다방면에서 개혁하라는 주문을 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양해각서의 주요내용중 상당부분은 우리 정부가 진작부터 추진해온 경제정책 개선방향과 크게 다를 바가 없지만 그 시행시기와 강도에서 큰 차이가 있어서 우리 경제에 당장 미치는 파장이지대할수밖에 없다.
5백70억달러의 자금지원을 받는 대가로 제시된 이같은 '일방통보식' 주문은 우리 경제운용의 '기본지침'으로 작용하면서 경제주체 모두에게 앞으로 수년간 고통과 내핍을 강요할 것이 뻔하다.당장 거시경제운용의 기본틀이 내년부터 축소지향적으로 바뀜에 따라 고실업,고금리, 고세금 등 3고의 고통을 감내해야 하고 자칫 환율폭등의 여파로 고물가까지 겹치면 저성장속에서 물가가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맞게 될 수 있다.
경제규모를 줄임으로써 외화차입의 수요를 기본적으로 줄이는 경제시스템을 갖추라는 의도지만그 고통은 우리 경제주체 모두에게 혹독한 시련과 아픔을 안겨주게됐다.
양해각서상 나타난 자금지원의 조건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IMF의 주요 회원국인 미국과 일본이자국의 현실적 경제이익을 최대한 요구한 부분도 수용하고 있다.
당장 무역분쟁의 이슈였던 자동차의 수입자유화를 보장받기 위해 미국은 까다롭고 불투명하다고불평해온 수입형식승인제를 개선하도록 했다.
또 일본은 수입선 다변화제도가 폐지되도록 압력을 행사함으로써 일본 승용차를 비롯한 상품이한국에 대량 반입될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
이들 두 강대국은 IMF의 대주주라는 위상을 십분 활용해 외환부도사태로 이른바'법정관리상태'에 놓여있는 우리의 약점을 이용해 자국의 이익을 최대한 확보하게됐다.
이제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아래서는 일단 완화한 무역규제를 다시 강화할 수없기 때문에 한국의 산업은 기술과 자본력으로 무장한 선진외국의 시장잠식에 맞대항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에놓이게 됐다.
또 자본시장 개방폭을 당장 대폭 확대한 것도 우리 기업문화에 대규모의 변화와 파장을 초래할것으로 보인다. 현재 종목당 26%인 외국인 주식투자한도가 연내 50%,내년중에 55%로 확대되면이론적으로는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이 가능해진다.
1인당 한도가 7%로 묶여있기는 하지만 외국투자가들이 합동으로 특정기업의 주식취득에 나설 경우 원하는 기업을 '사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젠 주식투자를 통한 매매차익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우량 기업·금융기관의 소유및 경영권까지도 행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더욱이 지금처럼 우량·불량을 가리지 않고 상장업체의 주가가 바닥수준에 놓여있는 경우 우리기업이 헐값으로 외국자본에 양도되는 사례도 속출할 수 있게 됐다.
우리 오너의 경영전횡을 이유로 기업지배구조의 획기적 개선도 요구함으로써 앞으로 재벌의 경영관행에 대수술이 불가피해졌다.
오는 2001년부터 의무화할 예정인 재벌 계열사간의 결합재무제표의 작성 시행시기를 앞당기도록함으로써 투명성있는 기업경영을 보장하고 소액주주의 이익을 보장하도록 했다.이렇게 되면 기업주식의 10~20%를 소유한 재벌오너가 독단적으로 투자결정을 내리기가 사실상힘들어지면서 우리 재벌기업의 경영관행 및 위상에 변화를 몰고 올것으로 전망된다.금융산업의 정비를 촉진할 금융개혁 부문에서는 우리 국회가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금융개혁법의 연내처리를 요구, 국회가 이를 처리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됐다.
물론 한국은행의 독립성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어서 한은과 정부간의 불협화음을 감안한듯 하지만 실제로 논란을 빚고 있는 한은법개정안과 통합금융기관설치법안이 연내처리될 수 있을지는 주목되는 대목이다.
또 금융기관 회계의 선진화를 기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공인받은 회계검사기관으로부터 감사를 받도록 한 것이나 금융기관의 퇴출제도를 완비하도록 한 것은 기본적으로 우리 정부가 금융기관의회계투명성을 높이고 인수·합병(M&A)을 촉진하기 위해추진해온 방향과 일치된다.이밖에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나 금융실명제의 기본골격 유지 등도 현재 우리정부의 입장과 차이가 없는 것이지만 금융실명제 유보 등을 주장해온 정당과는 상반되는 것이어서 향후 입법처리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어쨌든 정부는 IMF의 한국경제 관리지침을 수용하기 위해 필요한 법률안의 제·개정 등 후속조치를 취하는 데 즉각 나서야 할 입장이어서 'IMF쇼크'는 본격적으로우리 경제와 국민들에게 그영향을 미칠 것 같다.
캉드쉬 IMF총재는 한국은 여러해전부터 계속된 IMF의 경고를 무시하고 결국 금융파국의 위기를호소하기에 이르렀다면서 한국정부를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정부당국자들의 정책실기와 정책부재가 우리 국민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초래하게 됐다는 점에서경제정책을 잘못 이끌어온 당국자들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촉구되고 있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