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선운동 마감 본사 정치부기자 방담

15대 대선레이스가 17일 마침내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공식선거운동기간은 짧은 22일간이었지만 이미 대선전의 스타트는 작년 후반부터였다. 길고 긴 대장정이었다. 21세기와 통일을 앞둔 격동의 전환기에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과연 누구를 난파선인 한국호(號)의 선장으로 선택 할 지 자못 궁금하다. 기자방담을 통해 예측불허와 파란의 연속이었던 지난 대선을 한번 되돌아본 다.-우선 이번 대선은 과거와 판이한 양상들이 다반사였어요.

-역시 민심이 요동을 쳤던 것 같아요. 이는 국민들의 정치권에 대한 극도의 불신에다 기존 정치질서가 와해된 탓과 외부충격에 그만큼 정치권이 취약했다는 반증이 아닐까요.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후보는 천당과 지옥을 왔다갔다했죠. 경선직후 50%%의 국민지지율을 보였다가 아들 병역문제로 15%%까지 급락한 뒤 다시 회복, 지금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후보와 팽팽한 접전을 보이고 있는 게 단적인 예입니다. 세계에서도 선례가 있을 것 같지 않아요.

-이 과정에서 여론조사기관이 맹위를 떨쳤습니다. 제4의 권부(權府)인 언론에 이어 제5의 권부라는 말이 회자되었을 정도니까요. 모두가 여론조사 결과만 쳐다보고 있었습니다.이로 인해 국민신당 이인제(李仁濟)후보가 등장했던 셈이고 이회창후보는 후보 교체의 벼랑끝 위기까지 내몰렸죠.-합종연횡도 볼만했어요. 자력대결이 아니라 연합대결로 진행되었습니다.

김대중후보는 김종필(金鍾泌)박태준(朴泰俊)씨와, 이회창후보는 조순(趙淳)씨와, 이인제후보는 박찬종(朴燦鍾)씨와 손을 잡았죠. 혼자힘으로 국민의 마음을 잡은 강력한 후보가 없었다는 의미겠죠. 각후보들은 자신들의 연대는 '로맨스'고 타후보들의 연대는 '불륜'이라는 식의 논리를 전개하면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죠.

-이번 대선의 성과는 뭐니뭐니해도 헌정사를 얼룩지게 한 금권선거의 실종인 것 같습니다. 수천억원의 천문학적 돈이 늘 정권의 짐이 되곤 했는데 이번에는 확연히 달라졌어요. 돈 안드는 선거면에서는 가히 정치혁명의 단초를 보였지요. 여당독식의 지정기탁금제가 폐지되고 경제불황을 맞아 각당이 자금조달에서 심각한 상황을 맞았죠. 한때 여당후보가 집을 내놓고 소속의원들이 두달치 의원세비를 내었어요. 국가보조금에다 국민성금과 특별당비로 선거자금을 조달, 선진국형 풀뿌리 민주주의의 초보적 단계를 나타냈다는 평입니다.-정가에서도 법정선거비용 한도액은 지켜질 것으로 봅니다. 유력 두 후보의 경우 TV및 신문광고 에서 1백억원이상의 엄청난 돈을 까먹었지만 조직활동비이외에는 별로 쓸 곳도 없다는 후문입니다. 이인제후보는 돈이 없어 TV광고도 못해 애를 먹었죠.-이번에 대규모 장외집회가 없어지면서 거리유세에 의존했고 TV합동토론과 TV광고등 미디어 선거시대가 개막된 것도 전환점입니다. 다만 관심이 지대했던 토론회가 정책대결보다는 정치공방으로 이뤄지고 후보자질의 검증에 문제점을 드러냈어요.- 현직대통령이 재임중에 이처럼 모욕을 당한 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얼마전까지 같은 당에 몸 담고 있었던 이회창,이인제 두 후보도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을 나라를 망친 사람으로 맹공격했어 요. 김대통령도 이에 울분을 토로했다는 말도 들립니다.-청와대내부에서도 각 후보별로 지지가 갈려 내부 분열상이 심한 모양입니다.

지금도 정무수석과 정치특보가 갈라져 있는 등 난맥상을 나타내고 있다는 소문입니다.-이번 대선전에는 예상치 않은 변수들이 갑자기 등장했고 예상했던 변수들이 맥을 못추는 기현상을 보였습니다.-이회창후보는 아들 병역문제로 사지(死地)까지 갔다 왔습니다. 이인제후보는 청와대 지원설로 일대타격을 받았죠. 막판에 IMF구제금융이란 대형 돌출변수가 생겨 김대중후보가 휘청했습니다. 늘대선때마다 따라다녔던 북풍(北風)은 면역이 된 탓인지 오익제 편지사건, 서울대 교수간첩단사건 등에도 불구하고 김대중후보는 잘 견뎌내고 있습니다.

-대선 막바지는 IMF구제금융사건이 결정적인 변수로 떠올랐던 게 사실 아닙니까.-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이회창후보는 지지율이 다소 하락, DJ와의 지지율표차가 5~7%%까지 벌어 졌어요. 다른 두 후보가 김영삼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후보의 공동책임론을 펼친게 주효한 듯 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대통령과 재경원 등 관료의 오판과 무능이 주원인으로 밝혀지면서 이후보가 책임공방에서 피할 수 있게 되었고 게다가 경제파국이 심각한 상태로 치달으면서 오히려 안정심리를 자극하는 계기를 만들면서 아이러니컬하게도 이후보가 거꾸로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어요.-그래서 정가 관측통들은 IMF구제금융사건이 선거 일주일전에만 터져도 이회창후보는 손도 못쓰고 당했을 것이란 추측들입니다. 매우 운이 좋은 편인 것 같습니다.-IMF구제금융사건은 결과적으로 김대중후보에게 손해를 끼쳤습니다. 당시 신탁통치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로 국민들이 극도의 분노에 젖어있었죠. 이때 김후보가 IMF재협상문제를 화근이었어요. IMF는 물론 외국언론들이 김후보의 발언을 우려했습니다.한나라당은 이를 호재로 잡아 재미를 짭짤하게 본 것 같습니다.

- 이외에도 이회창후보는 5,6공세력 주변포진, 사채 조달설 또 김대중후보는 내각제개헌, 건강문제와 병역기피 그리고 이인제후보는 경선 불복과 병역기피가 정치쟁점으로 대두해서 격한 설전이 오갔습니다. 막판에는 흑색선전과 비방이 기승을 부렸고요. DJT가 장수만세로 불리면서 김대중후보의 건강문제가 의외로 민심속으로 확산된 듯해요.

-대구의 서문시장이 정치권의 스포트 라이트를 받았습니다. 기진맥진해서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이회창후보가 기사회생의 대반전의 드라마를 연출한 게 다름아닌 이곳이었습니다.이후보가 현시점까지 오게 한 급상승의 주역인 셈이죠. 한나라당의 대구경북정치권 독식 등 이회창후보의 TK지역에서의 광풍은 역시 반YS정서가 기폭제 역할을 했습니다. 최근에는 부산지역 여론때문에 영남권 분열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된 바 있어요.-지역주의 양상이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모습입니다.

-호남은 김대중후보의 당선가능성이 어느때보다 높자 100%%참여운동이 전개되고 있으며 타지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오전투표 안하기운동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영남지역의 반DJ기류도 전에 비해 나아졌지만 여전해요. 충청권의 일부가 호남에 가세했죠.- 근래 재미있는 현상은 김대중후보진영에서 반DJ지역에서는 이인제후보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설도 파다해요. 이인제후보의 20%%대 유지가 당선을 보장한다는 논거죠. 이와 반대로 한나라당은 이인제를 찍으면 김대중이 된다는 논리로 대응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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