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록의 세계(5)-짙은 사회성 공격성은 탈피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묵직한 헤비메탈 사운드가 아닌 모던 록의 외피를 쓰고 있는 이상, 천지인의 '무게'는 가사에서찾아야 한다.

"이제 그 말은 우릴 조롱하는 말이지. 결코 그런 일은 없다고 믿는 너, 안심하지 마라 그 말을"-'이집' 수록곡 '혁명'중 일부.

"거대한 서울은 시도 때도 없이 우리의 신분을 확인하려 한다. 그동안 온건하게 살고 있었는지 세상을 뒤집을 꿈꾸었는지"-'이집' 수록곡 '검문'중 일부.

전체적으로 사회성 짙은 가사임에 분명하지만 '이집'은 더이상 공격적이지 않다. 도종환이나 곽재구 시인의 시를 빌린 천지인의 노래들은 '혁명'을 포기한 90년대산 운동권들을 보듬어 토닥거린다는 느낌이다. 천지인의 아류라고 할 수 있는 '이스크라'나 '메이데이'와 비교하면 오히려 온건하다.

'언더그라운드'와 '운동권'을 하나로 묶으려 했던 천지인. 분명 들어볼만한 음반임에도 불구하고 '이집'은 천지인이라는 이름이 갖는 의미때문에 허전한 여운을 남기는 앨범이다. 록음악의 새로운메카로 떠오른 '클럽'이라는 문화공간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합법적'으로 낸 '이집'은 기교를 억제하면서 비교적 높은 완성도를 보였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다. 이제 천지인은 '오버'와 '언더' 그어느쪽에도 설 수 없는 어정쩡한 밴드가 되고 만 것이다.

'이집'의 앨범 뒷면은 머리,목,몸통,사지가 분리된 인체 모자이크가 장식하고 있다. 마치 5년만에멤버 전원을 물갈이하며 '해체의 시대'로 나가고 있는 천지인의 모습같다.

〈申靑植 기자〉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정권을 '외국 테러 단체'로 지정하고 유조선 출입을 전면 봉쇄하며 압박을 강화하고 있으며, 군 공항 이전과 취수원 이...
두산그룹이 SK실트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경북 구미국가산업단지의 반도체 생태계가 주목받고 있다. SK실트론은 구미에서 300㎜ ...
서울 광진경찰서가 유튜브 채널 '정배우'에 게시된 장애인 주차구역 불법 주차 신고와 관련한 경찰의 대응에 대해 사과하며 일부 내용을 반박했다.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