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헤비메탈 사운드가 아닌 모던 록의 외피를 쓰고 있는 이상, 천지인의 '무게'는 가사에서찾아야 한다.
"이제 그 말은 우릴 조롱하는 말이지. 결코 그런 일은 없다고 믿는 너, 안심하지 마라 그 말을"-'이집' 수록곡 '혁명'중 일부.
"거대한 서울은 시도 때도 없이 우리의 신분을 확인하려 한다. 그동안 온건하게 살고 있었는지 세상을 뒤집을 꿈꾸었는지"-'이집' 수록곡 '검문'중 일부.
전체적으로 사회성 짙은 가사임에 분명하지만 '이집'은 더이상 공격적이지 않다. 도종환이나 곽재구 시인의 시를 빌린 천지인의 노래들은 '혁명'을 포기한 90년대산 운동권들을 보듬어 토닥거린다는 느낌이다. 천지인의 아류라고 할 수 있는 '이스크라'나 '메이데이'와 비교하면 오히려 온건하다.
'언더그라운드'와 '운동권'을 하나로 묶으려 했던 천지인. 분명 들어볼만한 음반임에도 불구하고 '이집'은 천지인이라는 이름이 갖는 의미때문에 허전한 여운을 남기는 앨범이다. 록음악의 새로운메카로 떠오른 '클럽'이라는 문화공간에도 적응하지 못하고, '합법적'으로 낸 '이집'은 기교를 억제하면서 비교적 높은 완성도를 보였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다. 이제 천지인은 '오버'와 '언더' 그어느쪽에도 설 수 없는 어정쩡한 밴드가 되고 만 것이다.
'이집'의 앨범 뒷면은 머리,목,몸통,사지가 분리된 인체 모자이크가 장식하고 있다. 마치 5년만에멤버 전원을 물갈이하며 '해체의 시대'로 나가고 있는 천지인의 모습같다.
〈申靑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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