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덤핑자제 단가유지가 관건

환율폭등은 섬유제품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환율폭등이 지난 2~3년간 불황 터널에갇힌 지역섬유업계의 탈출구로 작용할 수 있을지 지역경제계의 관심이 대단하다. 일반적으로 원화가 평가절하되면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이 증대되며 수출단가는 고정되더라도 원화로 환산하면 수출액이 환율변동 폭만큼 늘어나게 된다.

지역섬유업계도 환율폭등으로 수출호기를 맞은 것은 분명하다. 특히 업계는 내달 계절적 수출성수기를 맞아 수출증대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풀어 있다. 그러나 이같은 '환율호기'는 일시적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수출동향 및 전망과 환율호기를 수출증대로 이을 수 있는 대책을 진단해본다.

▲수출동향 및 전망

작년 12월 한달간 대구경북지역의 섬유(원사+직물)수출금액은 4억8백28만7천달러(대구, 구미 세관통관기준)로 11월보다 7.7%% 증가했다.

작년 12월에 수출된 제품의 대부분은 환율폭등에 따른 원가인상 요인 발생 전에 생산된 것이거나재고물량으로 사실상 수출업체에 상당한 환차익을 안겨줬다.

업계에 따르면 바이어들의 수출단가 인하요구와 업계의 과당경쟁으로 수출단가가 평균 20%% 정도 떨어진 것을 감안해도 어림잡아 40%%정도 환차익이 발생했다는 것.

수출에 호조를 보인 결과 지역의 악성 직물재고도 거의 소진된 상태다. 재고직물을 담보로 운전자금을 빌려주는 대경직물상사 김우상 상무는 "작년말 수출이 다소 호조를 보인데다 자금난을 겪던업체들이 단기 환차익을 노려 재고물량을 찾아 수출하는 바람에 현재 재고물량이 작년동기의 절반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작년 1월 지역업계의 재고직물은 8억야드(70여일 생산분량)로 위험수위에 이르렀으나 현재는 재고가 거의 없는 상태다. 작년연말 고조됐던 일부 대형업체들의 부도설이 가라앉은 것도 이같은 요인에 힘입은 바가 크다.

환율호재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호전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계절적 성수기인 3~5월을앞두고 이달부터 수출주문이 쇄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아직 최대 시장인 홍콩, 중국시장이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 두바이를 비롯한 대(對)중동수출이 다소 활기를 띠고 있으나 시장이 편중된 만큼 업체간의 과당경쟁으로 수출단가가 급락하고 있는 양상이다. 업계는 이달 중순이후 중국시장의 수출주문량이 올해 수출전망을 판가름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동국무역 황재우 상무는 "환율상승으로 수출 호기를 맞은 것은 분명하다"며 "중국시장을 비롯해주문량이 작년정도만 유지돼도 지역섬유업계가 환율상승 덕을 톡톡히 보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그러나 중국이 장기적인 긴축 경제정책을 펴고 있고 자국통화의 평가절하를 검토하고 있어 전망은 불투명하다. 특히 중국 통화가 평가절하될 경우 직물수입을 줄이는 것은 물론 되레 수출에 총력을 쏟게되면 지역업계에는 치명적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한편 외화대출로 시설을 도입한 업체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환차손과 살인적인 금리로 심각한자금난을 겪고 있어 향후 이들 중 상당수가 부도사태를 맞게 될 것이란 게 업계의 우려섞인 전망이다.

▲수출호기를 살리자

그렇지만 환율이 1천2백~1천3백원정도에서 안정을 찾고 작년과 같은 수준의 물량만 수출하더라도업계로서는 수익이 증대될 것이다. 문제는 환율인상으로 수입원부자재 값이 평균 40~50%%정도인상되는 등 원가상승요인이 발생했기때문에 적정 수준의 수출단가를 유지해야 된다는 것이다.현재 주종품목의 수출단가가 환율폭등 전보다 품목에 따라 40~50%% 정도 떨어졌다. 수출업체들의 과당경쟁이 지속될 경우 수출단가는 더욱 추락할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수출증대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덤핑수출을 자제해야 되고 원사, 제직, 염색가공업체간 협력체제의 강화가 시급하다.

성안의 박호생 부사장은 "품목을 다양화하고 경쟁국에 대해 뚜렷한 품질경쟁력을 갖춰야 된다"며"고정거래선을 확보하고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또 직물수출입조합 원도희 대구지사장도 "2월중순부터 계절적인 성수기에 접어드는 만큼 환율인상을 이 기회에 최대한 활용해야 된다"며 "덤핑수출을 자제해 수출단가를 적정하게 유지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2~3년간의 불황속에서 개별업체의 구조조정은 어느 정도 이뤄졌으나 섬유산업 전반의 구조개선은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지역섬유산업이 세계 최대의 합섬직물산지란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21세기형 산업으로 재편이 불가피하다. 대구경북개발연구원이 구조개선사업 최종 계획안을 준비하고있는 만큼 이안을 토대로 구조개선작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金敎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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