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로 좌초한 '한국경제호'가 12일로 국제통화기금(IMF)의 수술을 받은지 1백일이 된다.지난해 12월3일 당시 임창렬(林昌烈)부총리와 미셸 캉드쉬 IMF총재는 한국에 긴급자금을 지원키로 하는 약정을 체결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IMF의 긴급자금 지원으로 국가부도위기를 모면한 데 이어 단기채무의 일괄만기연장을 이끌어내 최소한 1~2년간은 외환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IMF는 그 대신 우리의 비효율적, 반시장주의적 경제구조 및 운용방식이 외환위기를 초래한 주범으로 진단하고 향후 외환·금융위기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대적인 경제개혁 프로그램의 추진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IMF의 처방에 따라 재벌개혁을 비롯한 산업의 구조조정노력과 함께 관치금융의 사슬을 끊기 위한 금융개혁을 단행하고 있다.
그러나 구제금융의 대가로 요구된 개혁프로그램은 우리 경제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미증유의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 외환위기
작년 12월 4일 IMF로부터 55억달러가 유입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IBRD(세계은행)와 ADB(아시아개발은행) 등 국제기구로부터 총 2백10억달러가 유입됐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초 39억달러로 고갈 직전까지 몰렸던 가용외환보유고는 지난 9일 현재 1백97억달러로 확충돼 외환위기가 진정단계로 진입했다.
특히 작년 12월 이후 연속 3개월간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하면서 외환의 유입이 늘어나고 있으며 회수에 급급했던 외국인투자자들이 다시 국내 금융시장에 자본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에 외환사정은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아직도 복병은 남아 있다. 우리 경제가 구조조정을 제대로 이행치 않아 실추된 대외신인도를 회복하지 못하거나 인도네시아나 태국 등 금융위기를 아직 극복하지 못한 동남아국가들이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급불능 선언)을 선언할 경우 등국내외 불안요인이 잠재해 있기 때문이다.특히 우리와 수출경쟁국인 중국이 자국화를 대폭 평가절하해 국제무역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거나엄청난 금융부실에 시달리는 일본이 금융위기를 맞게될 때도 우리 외환위기는 얼마든지 현실로다가올 수 있다.
따라서 우리 경제는 외부 충격에 견뎌낼 수 있을 만큼 산업구조조정 노력을 가속화, 실추된 대외신인도를 하루 속히 원상회복하면서 경제의 재도약을 기약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 목죄는 '4高'
외환위기가 외환부족에서 비롯된 만큼 외환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고금리, 저성장의 긴축정책을구사해야 한다는 게 IMF처방의 핵심이다.
즉 환율이 고공행진을 하는 상황에서 외국투자자들이 한국에 달러를 투자하도록 유도하려면 환율의 불안을 상쇄할 만한 고금리 정책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이 과정에서 경쟁력이 없는 한계기업의 도산을 촉진, 산업의 구조조정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진행되도록 하면서 아울러 달러의 수요를 줄이기 위해 저성장을 감수해야한다는 것이다.그러나 IMF처방의 부작용은 우리 경제를 뿌리채 흔들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한국은행이 공개시장 조작금리인 환매조건부 채권(RP)금리를 25% 안팎에서 운용하면서 시중 실세금리를 높게 유지하자 가뜩이나 재무구조가 취약한 한계기업들은 연쇄도산의 회오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지난 1월 한달만도 전국에서 월간으로는 사상최대인 3천3백23개 업체가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바로 전달에도 사상 최고치인 3천1백97개가 쓰러지는 등 날이 갈수록 IMF 체제는 우리 기업들의목줄을 거세게 죄들어오고 있다.
반면에 창업의욕은 크게 위축돼 서울을 포함한 7대 도시의 신설법인수가 1천2백42개에 불과, 부도법인수 1천1백76개의 1.1배에 그쳐 역시 종전 최저기록인 전달의1.2배를 경신했다.자칫 고금리 폐해로 구조조정의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기 전에 양질의 기업이 운영자금을 구하지못해 무더기 파산하면서 산업기반이 붕괴되는 우(愚)를 자초할 지 모른다는 우려도 대두되고 있다.
산업활동의 위축 여파로 실업대란이 현실화되는가 하면 외환위기의 결과인 고환율은 수입물가를천정부지로 치솟게 하면서 소비자물가가 올들어 2개월 사이에 무려 4.1%가 급등하는 살인적인물가고를 연출하고 있다.
- IMF 극복 시기는
우리 경제가 추진중인 구조개혁을 신속·충실하게 밀고나가더라도 올해와 내년은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게 되며 구조개혁에 실패하고 금융경색을 조속히 해결하지 못하면 남미형의 장기불황에빠져들 것이라는 게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이다.
따라서 우리 경제가 아무리 빨리 회복되더라도 오는 2000년 이후에나 5% 가량의 성장률, 3~4%의실업률에 한자리수 안팎의 금리, 5% 내외의 물가 등 지표상으로 안정국면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기업 및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원활히 진행돼 대외신인도의 회복과 함께 국내투자가 증가할 경우의 장밋빛 청사진이다.
구조조정 노력이 좌초하고 대외적인 충격이 내습할 때는 수년간 경제성장률이 연간 2% 미만의경기침체 국면을 헤어나지 못하면서 IMF체제 극복이 요원해진다는 비관적인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IMF의 고강도 개혁조치에 비판적인 일부 민간연구기관들이나 기업들은 IMF가 요구하는 경제개혁방식이 경제를 살리기보다는 위축시키는 역작용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그러나 우리 경제는 세계경제가 단일화된 시장으로 재편되는 개방시대를 맞아외국 투자자들이 우리의 기업과 금융시스템의 경쟁력을 확신할 수 있도록 구조조정노력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없다.
따라서 IMF관리경제 체제를 조기에 극복하려면 어렵게 도출한 노·사·정 대화합정신에 균열이가지 않도록 정부는 실업대책 등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불가피한 국민들의 고통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경주하고 정치권은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는 구태의연한 정쟁을 삼가며 국민역량을 결집하는데 앞장서야한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일치된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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