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나비 효과' 또는 1백개의 관

우리나라가 IMF 관리체제에 들어선지 3개월을 막 넘어선 현재 시계는 제로상태다. 국민들은 불확실성과 불안정이 더욱 짙어져 가는 속에 경제적 공포라는 거대한 괴물 앞에 무방비상태로 마주 서 있는 형국이다.

최근 하루하루 들어오는 외신들을 숨가쁘게 정리하다 보면 우리나라가 아시아 지역에 한정한다 해도 얼마나 예측불가능한 흐름 속에 놓여 있는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카오스 이론에서 '나비효과'라는 현상이 있다. 60년대 초 기상학자인 에드워드 로렌츠에 의해 발견된 이 이론은 실질적으로 동일한 출발점에서 시작한 두개의 궤적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그 결과 어떠한 장기예측도 불가능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른바 과학자들이 반은 농담조로 북경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날개를 치면 다음달에 뉴욕에 폭풍우가 일어날 수 있다는 걱정을 한것이 오늘의 이 냉엄한 현실을 잘 설명해 줄 수 있을것도같다.

특히 우리는 IMF체제에 들어서면서 우리나라만 독자적으로 수출을 누리고 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고립주의가 사실은 하나의 허상이 었다는 사실을 점점더 분명하게 느낄 수 있게 됐다.

인도네시아의 루피화 폭락등 경제위기는 더 이상 우리와 관련이 없는 남의 얘기가 아니다.인도네시아 경제 위기는 곧바로 우리나라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증시에도 반영된다. 홍콩, 태국, 특히 일본의 재채기는 곧바로 우리나라에 밀어 닥친다.

거대 중국이 위안화를 평가 절하할 경우 아시아에 파국이 올 확률이 높다.

이것은 에측불가능성 속에서도 아시아의 각국가들이 공동의 번영을 위해 예측가능성의 확보를 위해 서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해답은 상호 의존성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이에따른 유연한 협력체제를 갖추는 일이다.

국내 상황에 눈을 돌려볼 때도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에 대한 전혀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새로운 문화를 탄생시키고 배양해야한다. 그것이 유일한 살 길이다.

IMF 위기 하에서도 국가의 엘리트층이 그 이전 시대와 같은 타성적인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고서 기득권 지키기에 연연하게 될 때 나라의 명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문제는 현재의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서 낙오하지 않고 살아남는 길이다. 이것은 우리에게이미 주어진 불가피한 선택으로 달리 다른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1백만명이 넘는 인력이실직으로 거리로 내몰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참담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현재의정치인 그들이 조금이라도 실감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는 "낡은 정치가 새로운 한국을 침몰시킬 수 있다"며 6·25이후 최대 경제 위기도 한국의 정치 지도자들을 단합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외국언론들이 지적하듯 한국정치가 답습하고 있는 고질적인 정쟁은 곧바로 경제에 엄청난부정적 '나비효과'를 낸다.

김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전만 해도 외환위기에 대한 적절한 대처등으로 국민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취임후 김종필총리서리 체제에 이르기까지 매끄럽지 못한 과정과조각에서의 지역편향성등은 이전의 정권과의 차별성을 상당부분 훼손, 우려의 시각이 만만찮다.

야당의 행태도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여당의 지금까지와는 다른 정국운영이 더 절실하다. 새로운 '나비효과'로 나라의 번영을 가져오려면 최상층부부터의 오직 '나라를 위한'(국민을 위한) 살신성인의 자세, 사고의 대전환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그래도 이 사회의 마지막 '소금'으로 치부되던 법조, 교육계등도 그 속을 들여다보니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있는 때다. 누가 나설 것인가. 리더층 스스로의 참회를 그래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의 새 총리에 발탁된 주룽지(朱鎔基)는 "나는 1백개의 관을 준비중이다. 99개는 부패한관리들 몫이고 한개는 내 몫이다"고 말한다. 한국의 각 분야의 지도층은 이 말을 타산지석으로라도 삼을만한 각오가 과연 되어있는가.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은 개혁과 번영을 위한마지막이면서 어쩌면 유일한 기회가 아닐까.

〈신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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