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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는 좋은 책인가 하는 논의는 물론 별 가치가 없다. 우리 사회에 지식인 층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베스트셀러의 좋고 나쁨에 대한 시비가 이미 종결되었다.

베스트셀러는 대중의 입맛에 영합한 책이란 인식이 식자들 머리 속에 박혀버렸다. 필자도 지나치게 팔리는 책은 독서 목록에서 빼버리는 관습을 가진 적이 있었다. 서점들도 베스트셀러 코너와는 별도로 스터디 셀러라는 코너를 만들어 날개돋힌 듯 팔리진 않지만 꾸준히 독자의 손길이 가는 책들을 구별해서 진열하고는 한다.

하지만 베스트셀러라고 다 나쁜 책은 아니다. 그보다 베스트셀러라는 말에는 좋다 나쁘다는 가치를 따지기 전에 대중적 관심의 방향을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세상의 모든 문화현상이 그렇듯 책에도 악서(惡書)가 있고 양서가 있다. 건강한 사회는 좋은 책들을 베스트셀러의 윗 순위에 올려놓고 건강하지 못한 사회는 나쁜 책들을 판을 치게 만든다. 이를테면 침체된 사회에서 주술적인 마력 따위가 판을 치면 황당하고 신비적인 책들이 득세를 하게되고, 다시 뛰자는 열기가 잠재되어 있으면 역경를 딛고 일어서는 영웅담이나 그 사회의 모순을해부하는 이성적인 책들이 사랑을 받는다. 다시 말하면 겉보기엔 침체되어있으나 사실은 희망차고 젊은 사회라는 뜻이다. 활기찬 사회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말초적이고 유희적인 요소로만가득찬 책들이 활개를 치면 곧 나락으로 떨어질 사회요, 반대로 그 '활기'에 대한 반성과 고뇌의끈을 놓치지 않는 책들이 많은 독자의 밤잠을 설치게 만들면 그 활기가 오래도록 유지되는 강건한 사회이다.

물론 독자의 입맛에 따라 책이 피동적으로 생산되는 것만은 아니다. 뛰어난 저서들은 오히려 독자의 구미를 변화시키키도한다. 그러나 그건 사실상 드물고도 어려운 일이다. 좋은 책과 독서대중의 행복한 만남은 양식있는 모든 작가들의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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