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업계의 '거대공룡' 마이크로소프트(MS)는 우리 나라를 어떻게 보고 있나. 우리는 MS를 어떻게 볼 것인가. 국내 컴퓨터 사용자들이라면 올들어 한번쯤은 심각하게 생각할만한화두(話頭)다.
MS는 최근 윈도98 출시를 앞두고 미 정부와 벌이고 있는 반독점 소송으로 세계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MS의 움직임과 관련된 각종 찬반논쟁이 이미 무르익을대로 무르익은상태이다.
원인은 MS의 한국시장 융단폭격과 크고작은 실수들. MS는 올들어 윈도98은 물론 MS워드,MS오피스 등을 앞세워 한국시장에 대한 무차별 잠식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3월 전국대학 순회 로드쇼에 들어가면서 워드97 시험판 1백만개를 무상으로 배포했다. 또 같은달PC용 운용체계인 한글윈도98의 소비자 평가판을 출시, 판매에 들어간데 이어 윈도98이후MS-DOS 사용중단을 전격 선언했다. 이달 들어서는 시가 1천억원에 달하는 통합사무용 소프트웨어 오피스97 1백만개를 전국 1만여개 초·중·고에 무상기증한다고 밝혔다.MS의 공세에 맞닥뜨린 한글과 컴퓨터, 삼성전자 등 국내 업계는 반격채비에 부산하지만 얼마나 시장을 지켜낼지는 미지수이다.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자 PC통신을 무대로 한 국내 컴퓨터 사용자들의 찬반논쟁도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논쟁의 주요 쟁점은 "워드와 오피스 1백만 카피 무상배포가 시장독점을 위한 미끼"라는 비난과 "MS를 이기기 위해서는 결국 기술, 자본 등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는 MS를 쓸 수밖에 없다"는 주장. 지난3월부터 불붙은 각 PC통신 토론실은 각기 조금씩 다른 주제를 다루고있지만 그 대상이 MS라는 공통점을 놓고 보면 올해 최고의 이슈가 될 전망이다.여기에 MS의 실수들이 PC사용자들의 '애국심'을 자극하면서 급기야 불매운동 의견까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MS의 대표적인 실수는 지난3월 내놓은 윈도98 CD롬에 태극기를 거꾸로 인쇄한 것. 또 한달후에는 영문판 백과사전인 '엔카르타98'에서 한국인이 일본어를 사용한다는 내용을 담은것이 밝혀져 비난이 들끓었다.
이같은 실수는 지난96년 엔카르타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독도를 일본영토로 표기하고 임나일본부설을 따르는 게임을 만드는등 과거의 잘못까지도 다시 들춰내게하면서 통신인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이달 들어서는 한국시장이나 역사와는 무관한 윈도98에 대한 찬반논쟁까지 벌어지는 등 확대일로를 거듭하고 있다. PC통신 넷츠고에 토론을 제안한 안희민씨는 "미국인들은 윈도3.1을 쓰는데 MS에 시장을 지배당한 한국인들은 윈도98을 기다리고 있다"며 "필요와 효용을넘어서는 우리의 무분별한 소비성향에 대한 반성"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찬성의견도 잇따르고 있지만 반대주장도 만만찮다. 유혁진씨는 "MS뿐만 아니라이를 수입, 판매하는 우리 대기업의 상술과 소비자들의 무지"를 싸잡아 비난했고 "우리 기술의 부족을 인정한다면 더 나은 프로그램을 쓸 수밖에 없다"는 대세론도 적지않다.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다음달 중순 출시되는 윈도98의 성공여부는 더욱 관심을 끌수밖에 없다. 윈도95에 비해 기능상 별 차이가 없다는 시험판 사용자들의 평가와 계속되는 PC통신인들의 반발때문에 큰 성공을 거두기가 쉽지 않으리란 예상이 높다. 하지만 한국시장은 MS,인텔, IBM 등 유수 업체들이 신제품 테스트 시장으로 여길 정도로 신제품 선호가 강해 실패는 않으리란 예측도 많다.
애국심은 차치하더라도 막강한 자본으로 한국시장을 잠식하려드는 MS에 국내 컴퓨터 사용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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