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퇴출할 55개 부실대기업의 명단이 우여곡절끝에 확정·발표됐다.
5대 그룹 계열사 20개를 포함하는 퇴출기업의 선정은 1개월여에 걸친 은행들의 자체작업과이견조정을 통해 이뤄졌다. 그러나 사상 유례가 없는 은행들의 부실기업일제판정은 그 과정에서 원칙과 기준, 일정 등을 놓고 관계기관과 은행등 사이에서 혼선을 거듭했다.◆선정 경과=채권은행에 이른바 부실기업판정위원회를 설치, 부실 대기업을 골라낸다는 방침은 지난 4월 14일 제4차 경제대책조정회의에서 금융·기업구조조정 계획의 일환으로 처음공식 발표됐었다.
그러나 은행들은 한동안 이같은 방침의 이행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었으며 지난달 7일은행감독원이 주요 채권은행 여신담당 임원들을 소집, 위원회를 즉각 구성해 5월말까지 판정을 완료하라는 지시를 내림으로써 움직임이 시작됐다.
은행들은 이후 5월말까지 자체적인 판정을 끝내고 은행간 이견조정을 거쳐 지난2일 21개의부실기업 명단을 금감위에 보고했으며 금감위는 이를 지난 8일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공표했다.
그러나 지난 3일 금감위의 청와대 보고과정에서 명단에 5대그룹 계열사와 협조융자기업 등이 완전히 빠진 부실한 판정이라는 지적이 나옴에 따라 금감위는 발표일정을 20일쯤으로 늦추는 한편 은행들에게 보완을 지시했다.
이후 이뤄진 보완 과정에서도 은행들은 여신규모나 담보확보 여부 등에 따른 이해관계의 상충으로 특정기업들의 부실판정에 이견을 노출시켰으며 수차례에 걸친 금감위의 재보완 요구를 통해 발표전날인 17일 오전에야 5대그룹 계열사 20개가 포함된 55개 기업의 명단을 확정했다.
◆판정기준=은행들은 이번 기업부실 판정을 위해 11개 협조융자계열과 64대 여신관리대상계열기업군 소속의 부실징후 기업 3백13개를 골라냈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부실판정의 기준은 채무 변제능력을 기본으로 해 각 은행이 자율적으로정했으나 기업부실 예측도가 높은 재무적 요소, 영업이익 창출능력 또는금융비용 부담능력등이 우선 포함됐다.
이같은 판정은 그러나 IMF 체제하의 고금리와 경제여건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연10~12%의 정상금리 등을 가정해 미래의 기업가치를 추정하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은행간의이견 조정 과정에서도 기업의 현 상황보다는 미래가치가 우선적으로 평가됐다.◆혼선=이번 부실기업 판정에서의 최대 혼선은 판정의 강도와 이에 따른 퇴출 기업의 규모였다.
금융당국의 관계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퇴출기업의 수를 최소화할 것이며 연 10~12%인정상금리와 국제통화기금 체제 이전의 정상 경제상황하에서도 생존이 불가능한 기업만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은행간에 이견이 있는 기업은 발표에서 제외시킬 것이라는 원칙도 제시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보완지시가 떨어지면서 이같은 분위기는 1백80도 반전돼 이후 선정 작업은숫자 늘리기를 둘러싼 당국과 은행간의 일종의 줄다리기로까지 외부에 비쳐졌다.또한 5대 그룹의 자율적인 구조조정 추진, 은행들의 자율적인 부실기업 판정 원칙도 이같은분위기 반전의 와중에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다.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TK를 제조·첨단 산업 지역으로"…李 청사진에 기대감도 들썩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트럼프, 중동상황으로 조기 귀국"…한미정상회담 불발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