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역사에 새로운 1천년이 불과 2년반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세기동안 과학기술의 발전은인간의 삶을 눈부시게 바꿔왔고 남은 2년반 사이에도 발전의 역사는 더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30년전에 비해 컴퓨터 용량은 무려 10억배나 늘었다. 2년반내로 컴퓨터의 처리능력은 지금보다 4배이상 늘고 크기는 4분의1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백년간 이룬 진보는인류가 그전 2백만년동안 이룩한 것보다 더 크다는 얘기도 있다. 앞으로는 진보가 더욱 빨라질 것이다.
PC통신과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은 수백만명이 참여하는 거대한 사이버 공동체를 수년만에만들어나가고 있다.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사이버 공동체가 우리 사회의 주요한 여론발표 창구가 된 것도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기성세대의 권위에 눌려지내던 10대와 20대들의 목소리도 사이버 공동체에서 자유롭게 울려퍼지며 반향을 키우고 있다.
반면 컴퓨터와 네트워크의 발달이 오히려 인간의 소외와 불평등을 야기시키는 측면도 강하다. 사이버 문화에 젖은 사람들에게 가족이나 소집단의 의미는 갈수록 퇴색하고 가상공동체속에 존재하는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고 있다. 아직은 이를 통한 부정적 요소가 긍정적 요소만큼 많은 게 현실이다.
◇사이버, 사이버 문화
'사이버'라는 말은 이제 우리에게 전혀 낯설지 않은 용어가 됐다. 어디에다 접두어로 붙여도어색함을 느끼지 못한다. 본래 이 단어는 '키 잡이'를 뜻하는 그리스어 kubernetes에서 비롯된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의 줄임말이다. 사이버네틱스는 조종과 통제를 뜻하며, 학술적으로는 이제 생겨난지 반세기 정도에 불과한 새로운 학문분과를 가리킨다.
사이버 문화는 컴퓨터 통신의 발달에 수반해 나타나는 새로운 여러 문화적 행태들을 가리킨다. 인터넷이 발달된 컴퓨터 통신망을 가리키는 기술적 성격을 가지는데 비해 사이버 공간은 여기에 가상현실을 결합, 컴퓨터 기술을 통해 새롭게 창출된 공간과 현실을 가리킨다.그러나 사이버 공간이라는 공간은 실제로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공간과의 이분법적구분도 잘못된 것이다. 결국 사이버 문화란 새로운 정보기술의 발달과 사용에 따라 나타나는 현대 기계문화의 또다른 양태일 뿐이다.
인간의 미래에 대한 여러가지 예측들 가운데서 사이버 문화가 내포하고 있는 적지않은 부작용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들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오히려 사이버 문화가제공하는 무제한의 자유와 정돈되지 않은 민주주의에 대한 욕구가 더 많다.
이는 인간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밀어붙이는 경향에서 비롯됐다고 볼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상업주의가 개입한 측면도 적지 않다. 사이버 문화라는 상품이 가진 가치의 일부도 맛보지 못한 상태에서 부작용을 얘기하기엔 이르다는 것이다.
◇예측가능한 모델
컴퓨터와 네트워크의 폭발적 확산은 불과 수년만에 우리의 생활을 뒤흔들어놓고 있다. 생활변화의 주기는 갈수록 짧아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예외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머지않아 우리는 컴퓨터와 네트워크가 없는 생활을 상상하기 힘들게 될지 모른다. 아이들은학교에서 돌아오기 무섭게 가상 학습장이나 가상학교로 달려간다. 학교에서 궁금했던 내용들을 찾아보거나 숙제를 하고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멀리있는 대학교에 직접 가지 않고 온라인으로 등록, 이수할 수 있는 사이버대학도 보편화된다.
아버지들은 집에서 보내는 날들이 더욱 많아질 것 같다. 굳이 회사에 가지 않고도 네트워크를 통해 업무를 처리하고 결과를 점검할 수 있다. 회사는 일주일에 한두번쯤 소속 개개인을불러들이고 나머지 요일에는 전자우편이나 영상회의 등을 통해 업무추진상황을 확인, 감시하게 된다. 새로운 명령이나 역할부여도 마찬가지다.
어머니들은 예전처럼 시장이나 백화점 등을 돌아다니며 다리품을 팔지 않아도 될 것이다.컴퓨터를 통해 홈쇼핑에 접속, 생생한 멀티미디어 화면으로 물건을 고르고 신용카드 번호를두드리기만 하면 안방까지 금새 원하는 물건이 배달된다.
현재의 기술수준으로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모델들이다. 실제 전자상거래나 사이버 대학등은 이미 괄목할만한 수준에 올라있으며 전 지구적 적용을 위한 표준 등을 만들기 위해 각국의 논의도 분주한 실정이다.
◇미로찾기
우리는 밤늦도록 컴퓨터 앞에 앉은 아들을 보면 무조건 호통부터 치는 어머니의 시대에 아직 살고 있는지 모른다. 난무하는 현실세계의 사회악에 염증을 느껴 컴퓨터로 돌아앉으면음란이나 폭력성이 난무하는 아이러니도 분명 존재한다.
PC통신에 음란물을 제공한 몇몇을 사법처리했다고 큰 죄악을 제거한 것처럼 떠들어대는 현실의 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글로벌 시대를 맞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무의미한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의 발달은 편리함과 생산성 제고라는 현실 외에 사이버 문화라는 난해한 문제까지 몰고 왔다. 어디까지 인정하고 어디쯤에서 잘라버려야 할 것인가.이는 새로운 세기를 앞두고 세계인들이 스스로에게 자문하는 '우리는 누구이며(Who weare),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고(What we do),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어디인가(Where weare)'라는 철학적 문제로도 연관시켜 볼수 있다.
이쯤에서 우리가 짚어야 할 것은 '세계인들이 2020년을 생각할 때 우리는 2002년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문제다. 다가오는 사이버 시대에 우리의 공동체와 문화를 어떻게지키고 발전시켜 나갈지에 대한 고민을 단순한 소일거리로 내모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사이버 문화 역시 보듬고 고치며 우리 것으로 녹여나가야할 시대적 당위로 받아들여져야 한다.〈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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