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단 대구 신세대 문화-(2)몰개성화

'착하다''순하다'.

외지인들이 본 대구신세대들의 대체적인 첫인상이다. 그러나 조금 더 속내를 들여다 본후엔다음과 같이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제것을 못챙긴다' '자기를 잘 표현하지 않는다' '내숭을 떤다'. 지역의 한 교수는 이런 지역 신세대의 성향에 대해 '맑지만 밝지 않다'고 간명하게 정의하기도 했다.

결국 자기 색깔이 약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친구따라 강남가는 형'이 많다. 모 미용실의 한 장면. 친구 따라온 이모양(23)은 친구의 꼬드김에 요즘 유행하는 보브스타일(일명 층단발) 머리를 했다. 자기는 웨이브파마를하고 싶었는데도 그러나 친구가 "해봐, 얘!""괜찮을거야"하는 말에 넘어갔다. 그러나 하고나선 후회가 막급이다. 속으로 짜증나고 자존심도 상했다. 집에 가선 애꿎은 동생과 엄마에게'분풀이'를 했다. 하지만 친구에겐 별로 내색을 하지 않는다.

곧잘 '신세대=개성'이란 등식으로 설명한다. 이 경우 개성이란 뚜렷한 주관을 의미하지 않을까.

그러나 대구에는 진정으로 '튀는' 신세대가 드물다. 모영화동호회의 모임자리. 크쥐쉬토프키에슬롭스키, 테오 앙겔로폴로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외우기도 힘든 영화작가들의 이름과 연보, 작품해설들이 좔좔좔 나온다. 그러다 막상 '마부''로맨스 파파'등 우리 옛 영화 이야기만 나오면 모두 입을 다문다. '검증되고 익히 알려진' 영화작가들에 대해서는 훤하지만'자기만'이 좋아하는 분야를 창조하지는 못한다. 이는 의식의 획일화, 행동의 획일화를 뜻한다. 획일화는 개성의 정반대 개념이다.

이러한 성향은 패션에서도 드러난다. "동성로에는 검정, 회색, 흰색과 청바지만 있다" 최근유행하는 패션 아이템만 출렁인다는 얘기다. 패션디자이너 박동준씨는 "대담하고 '튀는' 의상이 드물고 탤런트나 영화배우의 패션만 추종하는 획일화된 경향이 있다"고 했다.물론 '튄다'고 능사는 아니다. 또 '튀는'것만이 개성적이라고 말할수는 없다. 날 더운날 반바지에 목도리하고 털모자 쓰는 언밸런스패션이 대구에 없다고 패션이 뒤처졌다는 얘기는아니다.

개성은 다양화를 지향한다. 다양함이 조화를 이루는 사회가 힘이 있고 생명력이 길다는 것이 대다수 사회학자들의 주장이다. '맑지만 밝지 않은' 대구의 신세대. 어쩐지 대구의 미래가 못 미더워진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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