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품중 상위품목은 직물 10%, 일반기계 7.6%, 철강제품 6.7%,전자부품 5.9%, 섬유사 3.8%, 섬유원료 3.7%순이었다. 따라서 위안화가 절하돼 중국의 구매력이 떨어질 경우 지역의 주력 수출품인 섬유와 철강.전자제품 수출은 타격을 받게된다.지난해 중국의 섬유류 수출실적은 4백64억달러였고 1백73억달러 어치를 수입했다. 이중 한국의 대중국 섬유류 수출실적은 25억9천2백만달러. 올해 상반기 수출실적은 지난해보다 줄어 10억6천만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지역의 특화제품인 직물은 대중국 전체 섬유류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55%나 된다. 지난해에 13억6천4백만달러 어치를 수출했고 올해도 지난해에 비해 13.4%가 감소하긴 했으나 상반기중 5억8천7백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따라서 위안화가 절하될 경우 지역의 직물을 비롯 섬유사.섬유원료 등 섬유류 수출의 감소가 예상된다. 하지만 감소폭에 대한 계량화된 분석은 나오지 않고있다. 산업연구원(KIET)만이 위안화 10% 평가절하의 경우 우리의 대중국 수출이 20억달러가량 줄 것이라고 밝혔다.산업연구원의 분석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직물은 2억달러 정도 수출감소가 예상된다.위안화 절하 가능성에 대해 더 크게 걱정하고 있는 곳은 포항의 철강업계. 철강업계는 "위안화가 10% 절하될 경우 10%이상 수출감소가 예상된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위안화 절하와 관련 철강제품의 수출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측했다. 섬유제품의 경우 8.5%정도 수출물량이 줄어드는데 반해 철강제품은 12.4%나 감소할 것으로 분석한것. 그러나 철강업계는 위안화 절하로 중국의 구매력이 위축되는 것보다 경쟁국인 일본 엔화 하락을 더욱 우려하고 있다.
엔화 절하의 영향
우리 나라는 수출상품 구조가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다. 섬유는 우리가 중저가 제품을, 일본은 고급제품을 특화하고 있어 시장을 나누고 있으나 전자와 철강은 해외시장에서 경합이 치열하다. 이러한 수출구조때문에 엔화하락은 대일 수출감소보다 해외시장에서 우리 제품의경쟁력을 떨어뜨려 제3국 수출시장에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더 크다.
일본은 우리 섬유수출국중 5위권에 들 정도로 중요한 수출국이다. 지난해 대일 섬유류 수출은 대일 총수출액 1백47억달러중 14억5천만달러나 됐다. 품목별로도 전자(전기) 철강(금속제품)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지역 섬유업계의 주종 품목인 폴리에스테르 직물은올해 4월까지 수출실적이 지난해보다 34%나 줄었다. 여기에 최근의 엔저현상으로 인해 폴리에스테르 수출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게다가 일본은 엔저에 힘입어 비싼 값에 팔던 직물을 우리 제품과 비슷한 값에 내놓고 있어 지역 섬유업계는 안팎으로 엔저 공세에 시달리고있는 형편이다.
구미공단 전자업체들도 엔저로 인한 수출감소를 걱정하고 있다. 엔저현상이 원자재와 핵심부품 및 기계류 수입에는 다소 유리한 측면이 있으나 해외시장에서 일본 가전업계와 치열한경쟁을 벌이고 있는 터여서 TV.VCR.모니터 등의 수출에 타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구미공단 전자업체들은 △신제품 개발△고부가가치 상품생산 △해외영업망 확충△신시장 개척△달러결제 확대 등 엔저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포항의 철강업계도 엔저로 대일 수출이 직격탄을 맞았다. 철강업계는 1달러당 1백50엔대가무너지면 대일 수출이 월평균 1억4천만달러에서 15% 감소한 1억2천만달러 수준으로 줄어들것으로 보고있다. 특히 포항 철강업계의 주력 수출품인 열연.냉연강판.후판 등 판재류 수출이 큰 타격을 받는다는 것. 이와 함께 엔저 현상은 내수와 수출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자동차를 비롯 가전.조선 등 철강수요업계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철강수요가 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포항제철 관계자는 엔화 하락과 관련 "엔저 현상은 중국.동남아 등 신흥 철강시장에서 일본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여 수출 차질이 예상된다"며 "국내업계가 대처할 방법이 없는 게 더욱 큰 문제"라고 밝혔다. 한편 포철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엔저가 철강산업의 악재만은 아니라고 분석, 눈길을 끌었다. 엔화가치가 1%포인트 떨어질 때 한국 철강재의 대일수출가격이 3달러씩 하락하는 효과가 발생, 자동차.조선 등 일본내 철강수요산업의 활황을불러와 대일 수출물량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위안화와 엔화의 평가절하 가능성
위안화의 평가절하 가능성에 대해 적어도 올해말까진 절하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엔화 약세가 지속되는데다 최근의 양쯔강 대홍수로 인해 절하하지 않을 수 없을것이란 예상도 만만찮다. 양쯔강 대홍수는 올해 중국의 목표치인 8%대 성장을 달성할 수없도록 만들고 있다. 게다가 국제투기자본(핫머니)의 홍콩달러 공격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홍콩달러의 투매로 금리가 치솟는 등 홍콩 금융시장은 극도의 불안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절하 압력요인에도 불구,중국이 쉽게 위안화를 절하하지 못할 것이란 근거는 무얼까.노무라연구소 서울사무소 김광수실장은 "양쯔강 수해복구를 위해선 엔 차관을 도입할 수밖에 없다"며 "중국정부가 엔차관을 받기위해 위안화 절하카드로 일본을 압박하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김실장은 이와 관련 "다음달 6일 장쩌민 주석이 일본을 방문할 때 이 협상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홍콩달러를 공격하던 핫머니가 최근 혼란상태에 빠진 것도 위안화 절하압력을 줄이고 있다.미국계 헤지펀드가 홍콩달러 공격으로 환투기를 하다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과 채권값이 폭락하는 바람에 주춤하고 있다는 것. 김실장은 "미국 헤지펀드의 경우 주식40%.채권30%.외환투자 30%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며 "홍콩달러 공략이 엔 약세를 부르고이와 함께 월스트리트의 주가하락으로 이어지자, 헤지펀드들이 동요하고 있다"고 밝혔다.엔저 현상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달러 강세, 엔화 약세의 기조는 미국과 일본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없으면 올 연말까지 1달러당 1백40~1백50엔 사이를 오르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노무라연구소의 김실장은 "다음달 4일 일본의 미야자와 대장상과 미국의 루빈 재무장관이 만날 예정이나 단기적으론 엔화가 반등할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김실장은 "엔화 약세가 미.일의 경제력 차이라고 하나 엔화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이 최저수준이며 1백60엔대까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기적으론 엔화 약세가 반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정부의 재정투자 처방이 내년쯤엔 효과를 나타낼 것이란 예상이다. 여기에 엔화 폭락으로 세계 금융시장의 혼란이 가중되면서 미국경제도 최근 주가가 내리고 소비가 침체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가하락과소비침체는 달러약세의 요인. 하지만 미국정부는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기조의 외환시장에개입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경제가 계속 호경기를 구가한다면 달러 약세가 부담스럽지 않다. 그러나 불황조짐이 나타나고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터에 달러약세는 미국경제의 급격한 몰락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는10월 치러질중간선거에서 다수당인 공화당이 승리할 경우 달러 강세기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공화당이 미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인 경상수지 적자를 문제삼을 경우 내년초쯤부터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고 엔화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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