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대중정부 6개월 평가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제통화기금(IMF) 체제를 1년반안에 극복할 수 있다며우리경제가 빠른 시일안에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현실은이같은 김대통령의 말에 무게를 실어주지 않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성장률은 당초예상한 것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할 전망이고 6월말 현재 1백50만명을 넘은 실업자는 올연말에는 2백만명에 육박할 전망인 반면 우리경제의 유일한 위기 탈출구라는 수출은 계속감소하고 있고 재벌의 구조조정은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는 등 현실은 암울하기만 하다.이런 상태로라면 김대중대통령이 약속한 1년반내 IMF체제 극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것이 전문가들이 대체적인 평가다.

김대중 정부 6개월의 경제성적표는 외환부문은 만점, 실물부문은 낙제점으로 요약할 수있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의 수렁으로 끝없이 빠져들어가던 지난해 12월 90억달러에도못미쳤던 외환보유고는 지난 7월말 사상 처음으로 4백억달러를 넘어섰고 지난해말 한때달러당 1천9백원까지 폭락했던 원화가치는 현재 1천3백원선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엔화 약세의 지속과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선언과 이로 인한 유럽계 은행의 자금회수가능성 등 악재는 아직도 많이 있지만 일단 외부요인에 의한 외환위기 재발의 차단벽은탄탄하게 쌓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외환부문의 안정을 위해 구사했던 고금리 정책은 실물경제의 추락이라는 예상치못한 부작용을 가져왔다. 산업생산은 올들어 6월까지 평균 마이너스 10%를 기록했고설비투자 역시 평균 마이너스 30%라는 극심한 부진속에 있다. 제조업 가동률도 평균67%에 머무르고 있다. 최근 금융구조조정에 따른 은행들의 몸사리기로 신용경색 현상이겹치면서 이같은 실물경제의 마비는 앞으로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일치된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은 정부가 전망한 마이너스 4%를 훨씬 넘어 마이너스 5~6%,최악의 경우 마이너스 7%까지 내려갈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점차 현실성을 띠고 있다.실업률도 연간 7%를 넘어서면서 실업의 영향권에 드는 인구가 5백만명 이상으로 늘어사회적 불안도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처럼 붕괴직전 상태의 실물경제를 회생시킬 만한 뾰족한 대책은 별로 없어보인다. 가장 시급한 신용경색 해소는 아무리 정부가 채찍질을 해대도 은행이 움직이지않고 있고 정부도 대출확대를 유도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이같은 위기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것은 금융.기업구조조정의 차질없는 추진이다. 그러나 종금사의 퇴출로 시작된 금융구조조정은 원칙이없어 예금자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고 5대 그룹간 빅딜(대규모사업교환)을 포함한 재벌의구조조정은 재계의 반발로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1차 금융구조조정이 완료되는 9월 이후에는 과연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구조조정이 완료돼도 우리경제에 대한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이 돈이 금융권에만 맴도는 현상은 계속될 것이란전망이다.

결론적으로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는 성공적으로 극복했으나 이를 위해 희생시킨실물부문의 회복은 실마리를 잡지 못한채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평가다.

〈鄭敬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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