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3일 일본경제신문은 주요 한국신문에서 지난 5월9일이후 김대중정부에 대한 여론조사가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그의 인기도는 경제운영에 대한 거부감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여당 스스로 중간평가라고 했던 7.21보선에서도 사실상 패배했다. 김대중정부는 외환위기라는 어려운 여건에서 가까스로 환율을 어느정도 안정시켜놓는 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인기가 떨어지고 있을까.
청와대도 김대중대통령 취임 6개월을 맞아 자체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리고 그 이유로 "당장손에 잡히는 성과가 없는 제도개혁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언론보도를 비롯한 국민의 여론을 종합해 보면 너무 YS를 닮아간다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그래서 진보층은 개혁의 미진에 실망하고 보수층은 개혁의 방향에 불만이며근로자는 고통의 전담이라는 인식에서 불평을 쏟고 있는 모양이다.
◆국민정부의 실패들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김대통령의 캐치플레이즈는 IMF관리라는 경제위기를 맞은 국민에게는신선한 구호였다. 그래서 취임초기때는 과감한 개혁이 안되고 각종 정책이 우왕좌왕하는등혼선을 보여도 '준비된 대통령에 준비 안된 정부'라는 정도로 좋게 평가했다. 그러나 시간이갈수록 경제사정이 악화되고 또 비관적 전망이 쏟아지면서 "정말 준비된 것일까" 아니면 "준비를 잘못한 것이 아닐까"하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는 실업이 증가하면서 더욱 늘어가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준비의 실패'가 지지도를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정치에서도 정치개혁을 강조하면서도 여소야대의 취약점을 보강하는데 너무 신경을쓴 나머지 스스로 원칙과 기본을 깨는 잘못을 범하고 말았다. 지금까지의 선거에서는 승리를 위해서는 "어떻게라도 좋고 누구라고 좋다 이겨만 다오"하는 승리지상주의를 보였다. 여기다 인위적 정계개편 역시 정치개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총리인준, 국회의장직문제등을 둘러싼 여야갈등으로 빚어진 식물국회문제도 각종 경제개혁을지원하는 법안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인 만큼 만가지를 양보해서라도 이를 극복하는 국가적차원의 리더십을 발휘했어야 했던 것이다. 그리고 지도자는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로 당보다는 국가이익이 우선이라는 원칙과 기본이 깨진 것이다. 이는 결국 정치개혁을 위한 '기준의 실패'가 아닐까.
현대차문제도 그렇다. 정치개혁과 IMF관리체제를 벗어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인치를 벗어난 법치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노동현장에서마저 정치권이 나서 설치는 바람에법은 어디가고 없고 타율해결이라는 잘못된 관행만 남게 된 것이다. 게다가 이는 경제논리에 의한 타결이 아니고 정치논리에 의한 타결인 것이다. 법이 기본이 되어 문제를 풀어나가는 새정치 모델이 선 보였어야 했던 것이다. 이는 크게보면 '법치의 실패'인 것이다. 이로인해 우리나라는 외자유치는 물론 해외에서 돈 빌리기가 더욱 어렵게 되었고 업계구조조정은만도기계노조에서 보듯 "한명의 정리해고도 안된다"며 노조가 버티는 등 일을 더욱 꼬이게하는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근로자는 좋아졌지만 나라경제를 위한 구조개혁은 더욱 어려워지게 된 것이다.
◆제2의 건국
좋은게 좋은 것도 좋지만 원칙과 기본을 지키는 것은 더욱 좋은 것이라는 교훈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영국을 경제위기로부터 구한 철의 여인 대처총리는 그의 회고담에서 자신의집권 10년은 합의정치와의 싸움이었다며 "컨센서스를 중요시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것보다는원칙과 신념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신념의 정치만이 영국을 구할수 있다는 말이다.영국과 우리는 분명 다른 나라이다. 그러나 원칙과 기본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다를수는 없다. 지금 떠돌고 있는 개혁부족이라든지 호남편중인사라든지 신정경유착이나 신권위주의나 관치금융의 재현이라는 말들도 원칙과 기본이 지켜지면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제2건국을 위해 내놓은 국정운영과제의 시행에서도 만약 반대세력의 저항에 부딪치게 된다면 그때도 또 좋은게 좋다는 식으로 후퇴하고 말 것인가. 김대통령은 8.15경축사에서 "한때의 인기보다 후세의 평가를 더 소중히 여기겠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 이말에 국민은 기대를 하며 또 이 원칙이 지켜져서 소망스런 개혁이 이뤄진다면 국민의 지지는 결코 떨어지지않을 것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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