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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가 스쳐 지나가는 여학생의 모습에 잠깐 서서 눈길을 돌렸다.

어찌나 여학생다운지, 단정한 머리와 교복, 또박또박 걸으며 수줍은 듯 깨끗한 얼굴이 곱다.곳곳에서 만나는 젊은이들의 모습에서 남녀도 구분하기 어려운 지금 그 여학생의 단정한 모습은 생경한 느낌마저 준다.

그러면서 생각해 본다. 나는 나 다운지. 수련받을때 수련장님께서는 수도자란 이러저러 해야한다는 말씀을 계속해 주셨다. 당연한 것을 계속 말씀하신다싶어 당시엔 그 말씀에 신경쓰지 않았다. 그런데 당연히 그래야 되는 것이 지금의 내 모습안에 없다는데 놀랐다.며칠전 급한 환자때문에 병원에 전화할 일이 생겼다. 교환을 통해 담당자를 찾았더니 회의중이라 메시지를 녹음해 두면 연락해 주겠다는 대답을 받았다. 전화기에도 녹음해 두고, 그것도 불안해 총책임자에게 다시 전화해 부탁해 두고 교환에게도 메모해 두도록 하곤 온종일을 기다렸다.

퇴근시간이 되도 소식이 없어 전화했더니 교환은 바뀌고 이미 담당의사는 퇴근해 버렸단다.당시엔 시를 다투는 환자였기에 그 대답을 듣는 순간, "그렇게 성의없이 업무처리를 하면어떻게 합니까"하고 큰 소리를 내었다. 그리고 책임추궁을 했다. 한참후 "죄송하다"는 말을들었지만 오히려 부끄러웠다. 수도자들 만큼은 그래도 다르기를 바라는데 일이 안되면 똑같이 화를 냈기 때문이다.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고 "화를 내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조용히 수화기를 내렸다. 만약시장이 성당처럼 고요하다면 어떻겠는가? 혹은 성당이 시장바닥처럼 시끄럽다면 어떻겠는가? 성전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을 쫓아내시던 예수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오늘 내 안에서도수도자답지 못할때 마다 그분은 내안에 오셔서 꾸중하실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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