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성고 모형항공기반. 10여명의 학생들이 점심시간을 이용, 학교 종합전때 친구들에게 자랑할 작품을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톱으로 목재를 자르고 접착을 하느라 학생들의 손은 바쁘게 움직였고 이마엔 구슬땀이 맺혔다. 한쪽에는 선후배들이 참고서적을 뒤적이며 열띤 토론....
2학년 김성우군은 "모형항공기를 설계하면서 비행이론을 배우고 생각을 구체화하는 능력이 생겼다"며 "선후배간 정과 애교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동아리 활동의 장점을 말했다. 모형항공기반은지난 5월 공군참모총장배대회에서 6명이 수상하는 등 지난 81년부터 각종 대회에 참가, 많은 상을 받은 실력파 동아리. 계성고에는 모형항공기반을 비롯 29개 동아리가 활동하고 있다.
2002년 대입 무시험 전형 확대는 입시교육에 위축된 고교 동아리의 부활을 예고한다. 대학들이특기와 소질, 단체활동 등 다양한 선발 기준을 마련키로 했기 때문. 따라서 고교의 동아리 활동이학교 교육에서 그만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계 고교의 경우 입시교육 등의 영향으로 동아리 활동이 전반적으로 침체됐지만 동아리 활동을 직.간접으로 지원하고 후원해주는 학교도 있다.
정화여고는 대구의 일반계 고교 가운데 계성고와 함께 동아리 활동이 가장 활발한 학교. 21개 동아리에 회원 수는 6백여명. 지난 9월 학생연극제에서 이 학교 연극반 '나래'는 최우수연기상, 조명상, 우수지도교사상 등을 휩쓸었다.
경명여고는 '예명'(서예), '비슬령'(문학), 방송, 컴퓨터반 등 기존 동아리에 이어 지난해 연극반, '예누리'(탈춤) 등이 새로 결성됐다. 23년 전통의 비슬령은 문학소녀들의 꿈을 키우는 공간으로 매년 학교의 도움으로 시집을 내기도 한다.
청구고에는 컴퓨터, 서예, 사진, 영시반, 미술 등 20여개 동아리가 구성돼 있으며 이들 동아리는종합전에서 한해동안 쌓은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동아리는 컴퓨터를 공부하는 '징검다리'. 지난 9월4일 열린 한국정보올림피아드에서 1학년 정재필군이 금상을 차지, 학교의 자랑이 됐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주목받는 이상협군도 고교시절 '징검다리' 멤버.심인고의 경우 풍물, 독서토론, 축구, 영화감상, 사진반 등의 동아리가 활동하고 있다. 결성된지20년째인 풍물반은 학교의 자랑. 풍물반은 청소년국악제 등 각종 대회에서 매년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봉사활동을 위해 결성된 동아리는 학생들의 삶을 바꾸어 놓기도 한다. 대중금속고의 '좋은만남'이그런 경우. 3년 전 몇몇 학생들이 학교와 자매결연을 맺은 장애아동복지시설 애망원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지난해 결성된 동아리이다. '좋은만남'은 움직이지도 못하는 애망원의 친구, 동생들에게 밥을 먹여 주며 청소도 해주고 있다. 애망원 친구들과 소풍도 함께 간다. 3학년 김효동, 이덕수, 장민수군 등은 제집 드나들듯 매일같이 애망원에서 보람된 삶을 배우고 있다는 것.
이처럼 동아리활동은 정규 교과목 시간에 배울 수 없는 다양한 삶과 경험을 체험하고 재능을 쌓는 기회이다. 한때 일부 고교 동아리가 '음성서클', '교내폭력' 등의 온상으로 지목되기도 했지만학교와 학부모들의 애정과 관심에 따라 얼마든지 건전한 학생 자치 공간으로 활성화 될 수 있을것이다.
계성고 박유현교사(57)는 "동아리는 창의력과 협동심을 키우는 공간"이라며 "앞으로 동아리 활동은 중등교육을 정상화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했다. 〈金敎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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