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깅리치의 깨끗한 퇴진

권력을 잡으면 좀체 놓지 않으려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다. 하지만 우리 정치 풍토에는 그런 증상이 너무나 심하다.

선거에서 몇번씩 떨어지고도 육신이 기동할 수 있는 날까지, 목숨이 붙어 있는 그날까지, 마약에중독된 환자처럼 덤비는 것이 우리의 풍토다.

그래서 우리의 정치판은 더할나위 없이 각박해져 있다. 후진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세대교체를위해, 자진해서 떠나는 정치인은 눈을 씻고 보아도 찾기 어렵다.

4년여 동안 워싱턴 정계의 최고 실력자로 군림해온 공화당의 뉴트 깅리치 하원의장이 이번 중간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하원의장직은 물론 의원직까지 내놓았다는 소식은 신선하고 아름답다.11선을 기록한 그는 94년 중간선거에서 반세기만에 공화당을 하원 다수당으로 끌어올린 1등 공신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런 느낌을 안겨준다.

그는 자신이 하원에 남아 있는 한 새로운 지도자가 성장하고 배울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스스로 물러나 새로운 팀에게 기회를 줄 시기"라고 했다.

이에 미국의 여야 의원들은 "물러날 때를 아는 정치인"이라고 아쉬움과 찬사를 보내고 있다. 마찰이 잦았던 클린턴 대통령도 "그는 함께 할 가치가 있는 정적이었다"며 경의를 표했다고 한다. 정당정치가 도입된지 반세기가 지나도 시대착오적인 패거리정치로 영일이 없는 우리의 위정자들과는 얼마나 대조적인가.

안되는 줄 뻔히 알면서도 끝까지 갈 데까지 가보자는 정치인들의 속성은 정치판을 거칠고 어지럽게 만들 뿐이다. 원칙도 기준도 없는 혼란의 도가니로 만들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정치를 막는다. 깅리치의 아름다운 퇴진은 우리 정치판에 귀한 교훈이 돼야 한다. 정치 발전을 위해 이바지할바가 별로 없다고 판단되면 깨끗하게 물러서는 우리의 정치인들도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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