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대화정치의 물거품

지난 10일 여·야 총재 회담은 대화와 타협으로 국난 극복을 위한 화해 분위기를 이끌어낼 것을다짐한 자리였다. 이 회담을 계기로 국민들도 소모적 정쟁만 되풀이해온 상황에서 현안들이 풀리기를 기대하면서 안도의 숨을 쉬기도 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풀릴 듯하던 정국이 이상기류와 함께 미궁에 빠져드는 느낌이다. 검찰의 수사선상에 이회성씨와 한나라당 김윤환 의원 등이 떠올라 먹구름이 끼는가 하면, 김대통령과 이총재 간의 '이면 대화 내용'까지 공개돼 여·야는 총재 회담 이전의 '안개' 속으로 후퇴할 조짐마저보이고 있다.

국민회의 조세형 총재대행은 16일 "한나라당 이총재가 사정 문제와 관련해 한 정치인의 부탁성얘기를 길게 했으며, 김대통령은 언질도 주지 않고 듣기만 했다"고 공개하고, "이면 합의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파문이 일 수밖에 없는 미묘한 얘기이며, 모처럼의 대화 정국에 찬물을 끼얹는발언이 아닐 수 없다.

이면 합의가 있었다고 해도 비밀이 유지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공개하지 않기로 한 내용이총재대행에 의해 발설된 것은 이해하기 힘든다. 여당 총재대행으로서의 도덕성은 차치하더라도그 저의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더구나 모처럼의 대화로 풀리려 하는 정국을 무산시키려는 처사 이상으로 풀이하기가 어렵다.김대통령도 말레이시아에서 조대행의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명, 사실 여부를 차치하고 그런 얘기가 나온 것 자체가 잘 된 일이 아니라고 전하면서 진화에 나섰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일로 정국이 다시 냉각될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조대행과 국민회의는 여러가지 변명을 하고 있지만 '대화 정치'를 뒷걸음질시킨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아무튼 정치 복원과 정치적합의를 물거품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여당부터 정치적 신의를 지켜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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