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IMF1년 -개혁의 걸림돌 정치권

IMF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전반이 구조조정등 엄청난 고통을 감내하고 있지만 정치권만은 '나 몰라라'는 식으로 버티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다수 국민들의 눈엔 경제위기의 일차적인 책임이 정치권에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9일 각계 원로 1백3명이 시국선언문을 통해"국가위기의 원인은 부정부패와 정경유착"이라고 규정한뒤 부패척결을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권의'돈정치'가 부정부패를 부추겨왔으며, 정경유착으로 이어져 경제구조 기반의 취약성을 심화시켜온 것이다.

물론, 여야 모두 구조조정등 저비용고효율 정치를 지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온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의원수를 줄여야 한다거나 지구당제도를 폐지하자는 등의 법석을 떨었음에도,아직까지'공염불'만 계속하고 있다.

지난 6월 지방선거와 뒤이은 재.보궐선거에서도 금품살포는 어김없이 재연됐으며,심지어 일부 지역에선 IMF이전보다 더 심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쟁(政爭)도 더욱 첨예화해왔다. 현 정부출범이후 국회가 거의 매달 열렸지만 김종필(金鍾泌)총리 인준안을 둘러싼 여야간 공방으로만 6개월을 허비하는등'고비용'정치를 답습해왔을 뿐이다. 정쟁에 밀려 처리되지 못한 법안만 해도 4백여건이나 된다.

한국시민단체협의회가 성인남녀 1천명을 상대로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정치권을 성토하는목소리가 주조였다. 경제난 극복의 가장 큰 걸림돌로 80.1%가 정치인을 꼽았으며 특히, 정쟁을최대 폐단으로 지적했던 것이다.

정치권 개혁은 결국, 선거와 정당 국회제도등에서 부패를 심화시키는 고비용적인 요소를 제거하는 한편 당리당략에 얽매인 비생산적인 정쟁을 자제하는데서 시작된다.

의원정수 축소는 시급하다. 의원 1인당 GDP를 비교해도 미국 1백36억, 일본 68억달러보다 훨씬저조한 15억달러에 불과한 것이다.

그럼에도 감축의원 규모는 당초의 1백명선에서 50명, 급기야 20~30명으로까지 뒷걸음질치고 있는상황이다. 게다가 논의를 거듭할수록 의원 개개인은 물론, 각당의 이해관계까지 부각돼 백지화우려까지 낳고있는 것이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만해도 고비용구조 개선이란 명분에도 불구,실제론 당세 확장용이란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중앙선관위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더라도 이를 추진중인 국민회의측이 가장 득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의 이같은 당리당략 행보는 결국, 또다른 정쟁의 빌미를 제공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함으로써 개혁의 가시화를 요원하게 할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시민단체들을 비롯, 국민들은 우선적으로 부패구조를 단절시키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등 정치권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오는 2000년부터 부패국가에무역상 불이익을 주는'반부패라운드'도 가동된다.

정치권개혁은 이제, IMF상황임을 굳이 거론하지않더라도 당리당략의 잣대로 추진해 나가기엔 한계점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徐奉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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