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방곡곡에 고기 굽는 연기가 진동하고, 버리는 음식이 매년 8조원 어치나 된다고 개탄하던 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남아 있다. 80~90년대에는 어린이의 비만이 문제가 될 정도로 너무 잘 먹어서탈이었다.
그런데 이즈음은 굶주림과 추위에 떨고 있는 청소년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개탄의소리가 들려온다. 점심시간에 슬그머니 교실을 빠져나가 빈 하늘을 쳐다보며 수돗물로 벌컥벌컥주린 배를 채우던 70년대 이전의 서글픈 광경이 이즈음 학교에서 다시 부활한다니 가슴이 아프다.
교육부측 조사에 따르면 지난 11월 현재 결식 학생이 13만1천여명에 이르러 올해 초보다 무려 13배나 늘었다고 한다.
더구나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조사의 거점인 학교를 벗어난 아이들을 고려하면 사정이 아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끼니 해결이 어려운 절대빈곤층이 2백만가구를 넘어섰고, 결손가정이 급증해 그 숫자는 상상을 뛰어넘을는지도 모른다.
이런 와중에 굶는 아이들을 10년째 돌보고 있다는 서울 관악구 봉천10동의 '신나는 밥집' 이야기는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88년 밥을 도둑질하는 아이들에 대한 얘기를 듣고 가내수공업공장을 개조해 무료 밥집을 시작한정박순씨(51)는 그야말로 '밥집 천사'다. 매일 40여명이나 보살피면서 틈나는 대로 학습지도까지해준다니 경제난국과 한겨울 추위의 모닥불처럼 따스하다. 우리의 꿈나무인 청소년들이 배를 움켜쥔 채 끼니를 거른다는 것은 비극이다.
정말 아픈 일이다. 지난해 타계한 테레사 수녀는 "서로 가진 것을 조금씩 나누면 가난을 물리칠수 있다"고 역설한 바 있다. 학부모와 학우들이 따뜻한 가슴을 열고, 사회·종교단체들이 협조한다면, 정부 차원의 세심한 배려가 뒷받침된다면, 이같은 '등잔 밑 어둠'은 환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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