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529호실 사건을 둘러싸고 신년정국이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김종필(金鍾泌)총리의 '무언(無言)행보'가 정치권의 관심을 끌고 있다.
김총리는 4일 자민련에서 신년하례식을 갖기로 했으나 행사직전 취소하고 주요당직자와의 오찬으로 대신했다. '日常思無邪'(일상사무사)를 화두로 삼은 김총리가 신년벽두부터 내각제 행보를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했던 정치권에서는 무언으로 대신한 김총리의 첫 대응수에 대해 해석이 분분하다.
김총리는 연말 기자들과 만나 "김대중대통령과 담판할 필요가 없다"며 속내를 비치기는 했지만지난 해 12월18일 대선승리 1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신의를 지켜라'며 내각제합의를 꺼낸 이후 말을 아끼고 있다. 전직대통령들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정초에 문을 활짝 열어 젖혔지만 김총리는 공관문을 걸어 잠그고 세배객을 맞이하지 않았다. 대문만 걸어 잠근 것이 아니라 입까지 봉한 것이다.
김총리의 이날 신년하례식 취소는 이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정국이 시끄러운데 괜히 입을 열어전선을 분산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총리실의 고위관계자는 "총리가 당에 갔다가 괜히 엉뚱한 말이 나오면 시끄러워질 것 같아 취소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총리의 이같은 모습은 일종의 '숨고르기'행보로 비쳐지고 있다. 내각제가 정국의 최대 관심사이긴 하지만 여야대결로 정국이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마당에 여여갈등을 조성하게 될 지도 모를내각제 언급보다는 결정적인 때를 기다리겠다는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이다.신춘정국이 본격화되는 3~4월에 가서도 내각제에 대한 김대통령의 대응이 마땅치 않으면 김총리의 '思無邪'는 보다 분명해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때를 기다리는 김총리답게 빠르면 그 때쯤부터는 총리직에 연연하지 않고 목청껏 내각제 압박을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도 유효하다.〈徐明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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