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시정진단-밀라노 프로젝트

우리 사회 각분야에서 새 천년을 맞기위한 준비가 다양하게 이뤄지고있다. 대구시도 추진중인 사업을 의욕적으로 마무리하고 새로운 세기를 맞을 준비를 하고있다. 그러나 갑작스런 경제난으로일부 사업은 궤도수정이 불가피하다. 대구의 미래는 물론 당장의 경제와 시민생활에도 큰 영향을끼칠 주요 시정을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김승진교수

대구 섬유산업 발전을 위해선 밀라노 프로젝트가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그러나 밀라노 프로젝트는 벌써부터 시행착오를 겪고있다. 먼저 우리가 밀라노에서 배울 점은 무엇인가.▲함정웅 이사장

대구는 이탈리아 밀라노처럼 염색분야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밀라노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았다. 밀라노는 우리를 경쟁상대로 생각하지 않아 생산공장을 비교적 잘 보여준다. 일본은 절대 공장을 공개하지 않는다.

따라서 밀라노는 벤치마킹이 쉽다. 게다가 이탈리아인의 마인드가 우리와 비슷한 점도 밀라노벤치마킹의 좋은 점이다. 염색기술연구소가 이탈리아를 벤치마킹했기에 일본 연구소 못지않은 시설을 갖출 수 있었다.

▲김

일본 섬유산업도 고부가 신합섬 개발로 탈출구를 찾았으나 한계를 느끼고 이탈리아 패션산업에주목하고 있다. 밀라노를 벤치마킹하려는 큰 방향은 옳다고 본다. 그러나 밀라노 프로젝트가 아니라 '대구프로젝트' '달구벌프로젝트'가 돼야한다.

그래야 시민들의 오해를 풀 수 있다. 대구시민들은 5년만 지나면 대구가 밀라노가 될수 있는 것으로 잘못알고 있다. 시행착오를 겪지않으려면 하드웨어 부문에 투자하면서 소프트웨어를 발전시키는 마스터 플랜이 필요하다.

▲권순원이사장

세계패션의 흐름은 소재개발을 전제로 한다. 우리 섬유산업은 특히 소재분야가 취약하다. 패션은이러한 소재에다 예술성을 가미, 고부가 완제품을 생산하는 산업이다. 기술축적과 인프라 구축이우선이나 영세업체를 살리는 노력도 필요하다.

밀라노에서는 작은 기업들이 패션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예술에는 척도가 없다. 우리도 대승적 견지에서 패션산업에 과감한 투자를 해야한다.

▲김

밀라노 프로젝트는 추진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돌출되고 있다. 17개 세부사업 중 일부 사업은추진주체의 의지가 확고해 제대로 진행되고 있으나 일부는 전시사업으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 행정의 경직성도 문제다.

산자부와 대구시가 밀라노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경북도를 배제한 것은 잘못됐다. 산자부가 국비 지원예산을 기계구입에만 사용토록 한 것도 경직된 사고다. 대구시도 섬유특별법을 만들어 주도권을 쥐는 것에만 관심을 쏟을 게 아니라 산자부·대구시·경북도·업계가 함께 책임과 권한을부여받는 추진위를 구성해야 한다.

▲함

중앙정부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 자생력 있는 연구기관을 만들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시설을 놀리기 쉽다.

▲김

옳은 지적이다. 돈에 맞춰 기계를 사들이는 경우도 있다. 운영주체를 정하고 17개 사업중 중복투자되는 점은 없는지, 비효율적인 기계구입은 없는지 검증해야 한다.

17개 사업중 인력수급 및 인건비 조달계획과 같은 세부 계획없이 개략적인 안을 만들어 집행되고있는 사업이 상당수다. 돈을 들여 기계만 도입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운영은 사람이 한다.▲권

밀라노 프로젝트의 사업취지 목적에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다. 그러나 각파트별 전문가나 업계를대상으로 한 의견수렴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자금 사용의 효율을 극대화하려면 폭넓은 의견수렴 과정이 필요하다.

패션부문에서도 밀라노에 유학한 전문가나 학생, 밀라노 사정을 잘아는 업계인사가 많다. 이들을대상으로 벤치마킹할 기초자료를 조사, 미흡한 점은 보완해야 할 것이다.

▲함

산자부가 매년 예산을 신청해줘야 돈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산자부를 배척하고는 일이 안된다.대구시는 산자부로부터 예산집행 권한을 위임받는 식으로 밀라노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는 바이어 주문대로만 직물을 염색해 수출하고 있다. 패션업계의 소재기획이 필요하다.패션조합이 소재기획을 해서 섬유개발연구원과 염색기술연구소에 주문하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패션조합은 밀라노 프로젝트 추진의 중요기관이다.

▲권

패션은 섬유산업의 안테나 산업이다. 트렌드와 유행을 선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소재를 가져와도 시직할 방법이 없다. 대량 주문에 익숙한 지역 제직이나 염색업체가 샘플제작을 거부하기때문이다. 파일럿 플랜트가 생겨 트렌드와 유행색을 패션업계 요구대로 가공할 수 있게돼 그나마다행이다.

▲김

신제품개발 지원센터, 염색디자인 실용화센터, 니트염색가공센터 등이 패션조합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함

수요자인 패션업계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염색기술연구소든 섬유개발연구원이든 패션조합이 원하는 다품종 소로트 제작기능을 갖춰야 한다.

▲김

밀라노 프로젝트에서 가장 큰 난제가 인력수급문제다. 섬유개발연구원은 신규인력이 충원된지 5년이 넘었다.

연구원이 신제품개발센터 건립을 위해 사가공·제직 및 준비기를 도입할 계획이나 연구원들이기계를 가동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신제품 개발센터 사업계획서에도 이와 관련된 계획이없다. 섬유개발연구원은 인력진단을 통해 인력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섬유기능대학도 문제다.

교수요원들중 상당수가 직업훈련원 시절부터 근무해왔다. 5년동안 367억원이 노동부로부터 지원되나 밀라노처럼 현장에 필요한 인력양성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함

염색기술연구소는 아직도 건설중이다. 전체계획 중 20%정도 건설됐다. 가동인력은 순차적으로 확보할 생각이다. 필요하다면 이탈리아·스위스·독일 등지의 외국인력도 영입할 계획이다. IMF가국내 우수인력확보에 도움을 주고 있다.

▲권

제직·염색·패션중 인력난이 가장 심각한 분야가 패션이다. 패션부문은 오랫동안 기능공 양성이전무했다. 지역 대학과 전문대학의 패션관련 23개학과에서 매년 1천300명이 배출되나 전부 디자이너를 지원한다.

이들중 디자이너로 취업하는 비율은 10%도 안된다. 이들마저 전문성이 부족하고 어려운 일을 하지 않으려한다. 이들을 실무에 투입하려면 심화교육을 시켜야 한다. 현장에 필요한 인력은 재봉사·패턴사·재단사다. 대학도 디자이너만 배출할 게 아니라 학교별로 특화할 필요가 있다. 남성복은 자동화가 가능하나 여성복은 기능공의 손끝에서 실루엣이 나온다. 하지만 숙련공이 부족해 미싱사의 경우 임금이 중국의 30배이상이다.

세꼴리. 마란고니 등 밀라노 패션학교 분교설치는 고급인력 양성측면에서 시너지 효과가 큰 것은더많다.

▲함

밀라노와 일본의 경우 패턴·봉제·영업 등을 알아야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평생직업으로 삼을여성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김

대학에 기능인력 교육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패션중심으로 돼있는 섬유기능대학의 학과조정이필요하다. 섬유기능대학에서 미싱사·패턴사·재단사가 배출돼야 한다. 이와 함께 현장실습도 병행하는 산학협동체제 구축도 시급하다. 밀라노 프로젝트 개별사업 부문의 문제점과 대안은 무엇인가.

▲함

염색은 아직 3D업종에 머물고 있으나 이탈리아처럼 첨단산업으로 가야한다. 염색기술 수준을 높이려면 고급인력을 양성하고 자동화된 첨단장비를 사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염색업계의 노력과 함께 정부지원이 필요하다.

▲김

17개 프로젝트는 산자부·노동부·중기청 등 3개 정부부처에서 관리하고 있다. 전체 사업이 효율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선 세부과제별로 중복투자가 되지않도록 크로스 체크돼야 한다. 어패럴밸리조성문제는 기본적으로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 지 패션조합과 업체들의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

서울의 패션업체와 패션관련 인사 및 지역 업계 대표들을 초청, 대토론회를 개최해 시행착오를최소화해야 한다. 대구시는 어패럴밸리 조성을 추진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방향이 없어 갈팡질팡하고 있는 느낌이다.

▲권

우리 패션산업은 자본이 영세한데다 IMF영향으로 타격이 크다. 하지만 패션산업은 고부가가치산업이다. 서울과 대구에서만 패션행사가 열렸으나 최근엔 부산·대전·광주 등 대도시는 물론중소도시들까지 패션산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역 패션업계가 언로를 열고 중지를 모을 창구만 마련한다면 5년후 대구 패션산업이 주도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함

대구 어패럴밸리는 일본 시부야 및 히라주큐와 같은 패션과 함께 관광 쇼핑거리로 만들어야한다.생산공장만 건설해선 안된다. 문화공간으로 조성,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는 연계사업이 필요하다.대구시는 어패럴밸리 컨설팅업체가 지역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

▲권

봉무동 어패럴 단지는 의류 도소매 기능 뿐 아니라 원부자재 업체도 망라한 패션타운으로 조성해야 한다. 인근에 검단유통단지와 대구공항이 있어 입지여건도 좋다.

〈정리=曺永昌·全桂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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