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분야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속도도 갈수록 빨라진다. 젖어 사느라 깨닫지 못할 뿐. 이제살아 이길 수 있는 길은 남 보다 먼저 변하는 것. 더욱이 성공까지 하려면 그걸 선도해야 된다고도 한다. 지역 공업에서 '구조조정'이라는 말이 화두가 된지도 10년이 넘었다.경북 북부 영주지역을 돌던 취재팀은 축산업 역시 어느 분야 못잖게 급격한 변화의 구비를 돌고있음을 체감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것이 바로 이것이구나….
태백준령에서 왼쪽으로 줄기를 달리한 소백이 잠시 쉬어 만든 넓은 터전 영주. 이곳은 그 덕분에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 큰 일교차, 질병 막이에 더 없이 좋은 조건을 얻어 단단하고 지방질 골라육질 좋은 축산의 명산지가 됐다고 했다. "풍기 인삼을 유명하게 만든 모래땅이라는 지질적 특징이 어느 지역 보다 많은 논농사용 가축 분뇨를 필요케 했습니다. 골짜기가 많아 오염원도 잘 분산됩니다. 축산이 융성할 좋은 조건이지요"
영주시청 우선창씨의 말을 증명해 보이기라도 하듯, 소백산 아래 유난히 많은 골짜기들엔 골을칸막이 마냥 막아 가축 농장이 이뤄져 있었다. 소·돼지가 울고, 닭이 홰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시가지에서 부석사 가는 길 왼편의 보름골에선 전성기 때 닭만 50만 마리가 길러졌다는 얘기를 누군가가 했다. 이름하여'꼬꼬촌'.
그러나 달라져 있었다. 장수면 세원양돈. 도착하면 당연히 돼지가 우굴거리는 막사가 나타나고 냄새가 진동하겠지…. 하지만 이 예상부터 박살났다. 돼지는 외부와 완전 차단된 막사에서 살고 있었다. 컴퓨터 시스템으로 관리된다고 했다. 물 주고 먹이 주는 것은 기계 몫. 냄새도 거의 없었다.되레 사람이 더 더럽다는듯 취재차는 농장 입구 검역대를 지나야만 했고, 돈사에 들어갈 때는 위생복·위생장화를 입고 신어야 했다.
"철도 공무원 월급이 너무 적어 사표 내고 돼지를 10여 마리 사 석달 키워 팔았더니 3년치 월급이 나옵디다"22년 전 그렇게 재미 붙여 시작했다는 농장주 송영익(62)씨. 지금은 씨돼지 7천500마리를 키우는'왕 돼지 아빠'가 돼 있었다. 작년엔 씨돼지 수출을 처음으로 성공시켜 산업포장까지 받았다.
"대만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일본·중국 씨돼지 수출에 청신호가 켜졌어요. 하지만 정부간 문제때문에 중국으로는 수출 계약이 잘 안돼요. 정부가 좀 잘해야 되는데…" 송씨의 걱정거리는 축산자체가 아니라 오히려 외부 일이었다.
아직도 장날이면 300 마리의 소가 장사진을 친다는 우시장을 지나 달리기 10여분. 안정면 영농법인 '푸른축산'도 취재팀과 차량 모두를 아예 분무기로 소독 하고야 출입을 허용했다. 여기는 양계장. 그러나 무려 110억원이 투자된 거대한 '공장'이었다. 부지만도 2만4천평. 84만 마리의 닭을 키워 하루 42만개의 달걀을 생산하고 있었다.
닭 막사(계사) 외에 별도의 선별·포장 공장도 있었다. 닭이 계란을 낳으면 자동벨트 위에 사분히떨어진 뒤 공장으로 옮겨져 자동 처리되는 곳. 선별기는 세계에서도 몇 안된다는 8억원 짜리. 시간당 10만개씩 쌍란·대란·왕란 등 7종류로 자동 분류해 로고까지 찍어내는 믿기 어려운 모습이연출되고 있었다.
닭똥을 가공하는 비료공장도 갖춰져 있었다."이런 정도가 안되면 도태될 수 밖에 없어요. 작은 곳은 계란을 2, 3일 모아야 한차 분으로 낼 수 있지만 우리는 2시간 정도면 됩니다. 계란은 싱싱한것이 최고 아닙니까? 대규모화·자동화로 생산 단가도 적게 먹히지요"
손병원(65) 대표 역시 축산 자체의 경쟁력은 걱정하지 않는듯 했다.
한우는 사정이 어떨까. 이산면 '영주 전통한우 영농법인'으로 봄처럼 따뜻한 길을 따라 찾아 간날 임장규(59) 대표가 봄볕 같은얼굴로 취재팀을 맞아줬다. 여기서 만난 '선택'은 품질 경쟁. 10명의 조합원들이 외국과의 경쟁에 뒤지지 않을 '거세우(불깐 소)' 키우기에 땀을 쏟고 있었다. 일년에 150마리 가량을 내다 판다고 했다.
"거세해 2년 이상 키워 서울 공판장에 내면 대개가 A급 판정을 받아요. 2년 뒤엔 소고기 시장이완전 개방되지만 거세우는 경쟁이 될 겁니다" 조합원 김용구(55)씨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죽겠다는 소리나 듣다가 이런 자신감을 만나니 듣는 사람까지 유쾌해졌다.
"거세하면 일반 소보다 살찌는 것이 10∼15% 떨어져요. 그때문에 더 오래 길러야 되고 그만큼 부담도 크고 자금회전도 늦지요. 93년도에는 보조금을 주고 가격도 kg당 600원 가량 더 쳐주기로하는 등 정부가 권장하고 나섰지요. 그러다 중간에 잘 안되자 많은 농민들이 포기했어요"대표 임씨는 불만이 없잖지만 독자적으로 사육 기술을 보완하고 97년도엔 서울 양재동에 직판장'소백산'까지 열며 판로를 개척, 지금은 고기 있다고 한양유통(수원)에 전화만 하면 두손 들고 반길 정도라고 했다.
상망동에서 젖소를 키우는 두 40대 농부들이 강조한 것도 시설 자동화였다. '수원목장'의 이시택(41)씨와 이웃 '호수목장' 박성수(43)씨.
"말도 마세요. 작년엔 위기감이 엄청났어요. 사료값은 다락같이 치솟는데 우유 소비량은 줄고···어떨 때는 유업체에서 3t이나 되는 우유의 수거를 거부하는 바람에 큰 욕 봤어요. 수질 오염 때문에 버릴 수도 없잖아요"
이씨는 선친의 목장을 이어 받은 축산농 2세 박씨는 록 허드슨과 리즈 테일러가 열연한 영화 '자이언트'의 목장 풍경에 매료돼 25살 때부터 축산에 뛰어든 낭만파였다. 각각 140마리·170마리를키우고 특히 이씨는 젖소 품종 개량에 힘써 96년도엔 '고능력 젖소 경진대회' 챔피언이 되기도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누구보다 앞서 사료 공급, 젖짜기 등 끝없는 목장일을 자동화한 것이었다. 이 생산 단가 낮추는 비결이 인근 20% 이상의 축농가가 떨어져 나가는 IMF 파고에도 이들을 견뎌 내게 한 힘이었다.
"벼농사 지키는 것만 식량안보가 아닙니다. 우유도 지켜져야 합니다"마리당 수정비를 4만5천원이나 들이고도 수태율은 30%도 안되는 낙후된 기술 수준, 우유 수거 업체 횡포 방지를 위한 집유일원화 지연 등 불만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들은 이미 확신에 차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프로만이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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