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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공직 권위주의를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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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생들의 국무총리 차량파손행위에 따른 경찰의 가짜 반성문 작성소동은 군사독재시절의 권위주의가 재현된듯 해 어처구니가 없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같은 권위주의의 유형이 비단 이번사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정부 부처나 각급 행정기관 등 도처에 산재해 있다는데 있다. 물론 과거보다는 그 심도나 횟수가 낮아지거나 줄기는 했지만 아직도 상부의 지시라면 당위성 여부를 가릴새도 없이 무조건 절대 신봉시 하는 공직풍토는 여전한게 현실이다.

이번 경찰의 가짜 반성문사건도 우리의 공직풍토에 깊게 파묻혀 있는 '옛 잔재'가 드러난 단적인 실례에 불과한 것으로 지적 할 수 있다.

청와대는 물론 각급 장관들의 지시를 설사 하급기관에서 좀 잘못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서 이를 묵살까지는 몰라도 불복(不服)의사를 당당하게 밝힐 수 있을까. 굳이 문제를 일으키기 보다 '좋은게 좋다'식이 결국 이같은 권위주의가 재현되는 근본원인 일 수도 있다.

이번 사건에서도 보면 학생들이 총리의 참석을 거부하면서 차량파손이란 극단적인 의사표시를 한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대학정서'를 이해할 수 있다면 굳이 경찰에 지시, 학생들의 반성문을 쓰도록 강요한 것부터가 무리수였다고 밖에 볼 수가 없다.

물론 이치로 따지자면 '불법'에 대한 합리적인 대응이란 점에서 나무랄일도, 잘못됐다고는 할수 없다. 그러나 총리 차량파손까지 자행한 학생들에게서 '반성문'을 쓰도록하는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를 총리실은 먼저 생각해 봤어야 했다.

또 그걸 경찰에 지시했다고 해서 과연 경찰이 해낼 수 있는 일이냐도 생각해 볼 사안이다.

때론 원칙의 관철이란 '강직성'보다 현실과 관용이란 '유연성'이 더 큰 소득을 얻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총리실은 간과해 버린것이다. 앞뒤 돌볼새도 없이 화가 나니까, 총리의 권위에 손상이 갔으니까 응징만을 생각했던 것이다.

또 하부기관인 경찰에 지시만 내리면 무조건 소기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일방통행식의 사고가 다름아닌 권위주의의 소산이란 점이다.

이점은 굳이 이번 사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정전반에 걸쳐 정부 고위당국자들이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경찰도 문제가 많다. 상부지시는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결국 편법인 '가짜 반성문'으로 나타난 것이다.

'부당한 지시는 불복할 수 있다'는 공무원수칙을 철저히 지키는게 결국 권위주의를 청산하는 지름길임을 이번 사건은 값진 교훈으로 남겼다.

상하를 불문, 우리 공직자들이 이 교훈을 다시 한번 새겨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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