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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줄잇는 교원 명예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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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이 무너지고 있다. 일각(一角)의 균열이 아니라 전체를 한꺼번에 뒤집어 버리는 지진이다.

불거지는 현상은 명예퇴직 바람. 지난달 말 서울에서 10%가 넘는 교사가 명예퇴직을 신청해 떠들썩하더니 보름도 지나지 않아 신청을 받기 시작한 대구의 경우 훨씬 더 심각하다. 접수 첫날 전체 교사 1만6천여명 가운데 약 7%, 초등의 경우 무려 11%가 교단을 떠날 마음을 표시한 것이다.

명예퇴직 신청은 외견상 공무원 연금 고갈에 따라 내년부터 퇴직자의 연금 수령액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작용했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55세 이상이면 정년까지 일해가며 월급 받는 것보다 지금 퇴직해 연금을 받는 편이 무조건 이득"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돈다.

명예와 보람으로 살아가야 할 교사들이 너무 계산적이란 비판은 성급하다. 교사들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멍투성이이기 때문이다.

촌지에 대한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 체벌과 관련된 교권추락 등이 뒤엉키면서 교사들의 자존심은 구겨질대로 구겨졌다. 게다가 교육개혁이 몰고온 크고작은 변화들은 월급쟁이 노릇마저 내버려두지 않고 있다.

기존의 공문서, 일지는 물론 제도변화에 따른 각종 계획서, 보고서 등을 만드느라 잡무가 종전에 비해 몇배나 늘었다. 고교 1학년부터 실시하는 수행평가는 교재를 연구하고 수업을 계획할 시간마저 빼앗고 있다.

여기에 교사들에게는 마지막 보너스로 여겨지는 연금까지 바닥나는 상황은 퇴직이라는 마지막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지진의 진원지인 정부는 뒤늦게 기존 연금 가입자의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 밝히고 있지만 이를 믿는 교사는 거의 없어 보인다.

무너지는 교단, 교사마저 정부를 믿지 못하는 현실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과연 누구에게 책임을 묻고 해답을 찾아야 할까.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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