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이민갔다 지난해 영구귀국한 소설가 박상륭(59·사진)씨가 소설집 '평심(平心)'과 산문집 '산해기(山海記)'(이상 문학동네 펴냄)를 20일 동시에 출간했다.
이번 출간은 지난 69년 캐나다로 이민가면서 한국문학에서 사라졌던 그가 30년만에 명실상부하게 국내 문단에 복귀했다는 점과 죽음 및 우주적 삶을 천착한 그의 독특한 주제의식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의미를 지닌다.
지난 63년 단편 '아겔다마'로 데뷔했던 그는 당시 국내문단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문학세계를 구축했다. 그의 오랜 부재에 대해 일부에서는 '70년대 한국문학은 사자가 사라진 여우들의 세계'라고까지 표현했을 정도이다.
캐나다에서 살 때도 인간존재의 문제를 통종교적 관점으로 탐색한 장편소설 '죽음의 한 연구'(75년)를 발표, 국내 문단에 파장을 불러 일으켰고 전4권으로 완간한 '칠조어론'(94년)은 선불교적 사유바탕에 기독교와 라마교의 요소를 가미한 장대한 형이상학적 비전을 제시해 박상륭문학의 완결판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이번에 펴낸 소설집 '평심'에는 68년 발표했으나 미게재작으로 남아있던 '나무의 마을'을 비롯 '로이가 산 한 삶','왈튼씨 부인이 죽은 한 죽음'등 94년 이후 국내 문예지에 틈틈이 발표해온 작품들을 엮었으며, 연작소설 '두 집 사이'도 함께 실었다.
"나는 평생 한 편의 소설을 쓰고 있다"는 박씨 자신의 말처럼 일관되게 삶과 죽음, 종교와 신비주의를 통해 인간존재의 의미를 집요하게 탐색, 죽음을 극복하고 해탈하는 과정을 찾아나선 작품들이다.
'산해기'역시 철학·종교학·정신분석학 등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현대 대중의 신이자 종교가 된 물질주의와 자본주의를 특유의 언어로 질타하면서 마음의 우주인 형이상학적 세계를 제시해 보인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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