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치하이던 29년 가을 서울 장안의 관심사는 단연 축구로 압축됐다.
이해 10월 8~10일사이 휘문고보에서 열린 서울(京城)과 평양(平壤)간의 축구시합인 경평전(京平戰)은 당시 서울과 평양 시민은 물론 전 국민이 열띤 성원을 보냈던 꿈의 향연이었다.
시합 당일에는 서울 시가지가 철시하다시피 많은 인파가 경기장에 몰려들었다. 당시로는 신여성에 속했던 명월관 기생들까지 인력거를 타고 가서 늠름한 선수들의 몸매를 감상(?)했다니 경평전의 인기가 어떠했는지 가늠할만하다.
경성팀의 김용식.김성태.채금석 선수들은 미남형의 얼굴에다 뛰어난 기량으로 장안 처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스타였었다.
경평전은 46년3월까지 끊겼다 열렸다하며 8차례 개최, 23회의 경기가 치러졌다. 이 결과 평양이 10승7무6패로 서울을 약간 앞섰던 것이다. 경기 결과야 어찌됐건 남북이 단절된 지금 돌이켜보면 경평전은 그립고 소중한 추억인 것이다.
90년 1월 평양에서 남북축구대회가 열린이래 10년만인 금년 8월10일 평양에서 남북축구대회가 모처럼 열리게 됐다. 민주노총과 북한의 조선직업총동맹이 축구대회를 개최키로 합의한 것이다.
정부도 "순수한 체육교류라면 이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오랜만에 경평 축구대회의 감격을 맛볼 수 있을 것 같아 가슴 설렌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감의 한편에는 왠지 북한측의 자세가 찜찜하다. 지금까지 우리측이 경평축구전 부활을 요청해도 못들은척 하던 북한이 대정부 강경투쟁을 선언한 민노총의 제의는 선뜻 수락한 것과 8.15평양축전의 둘러리가 될수있음을 연계해 볼 때 또하나의 정치책략 아닌가 싶은 것이다.
남북한간의 민간차원 스포츠교류는 '현대'의 금강산관광과는 또다른 차원의 남북화해의 물꼬인 것이다. 정치성을 떠나 순수한 의미에서의 경평전 부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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