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고양이 앞에 던져진 생선

정치개혁은 두말할 나위 없이 지역주의와 고비용 저효율의 정치 그리고 보스중심의 패거리정치 등 심각성이 극에 달한 현실정치의 문제점을 타파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그런데 작금의 정치개혁 논의는 현 정치권의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와 당리당략으로 뚜렷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또 한번 실패할 위기에 처해 있다.

많은 사람들은 '고양이 한테 생선 맡기는 식'으로 기존의 법과 제도 속에서 파벌정치를 즐겨왔던 여야정치권, 특히 여러 번의 재.보궐선거에서 공동여당의 프리미엄을 보장받아 온 여권이 자기들의 기득권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선거, 정당, 의회제도 등을 제대로 개혁할 것으로 기대했던 것부터가 무리였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정치개혁을 주도해줄 것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영국, 독일 등 많은 서구국가들이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된 선거구획정위원회 같은 것을 운영해오듯이 우리도 대통령이 사회 각 분야를 대표할 수 있는 인사들로 정치개혁협의기구를 독립적으로 구성하여 개혁의 초안을 만들게 하고 여러 번의 시민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서 최종안을 만들게 해야 한다.

이렇게 공론화를 통해 창출된 개혁안은 큰 문제점이 없는 한 정치권이 입법화에 협조하도록 해야 하며 더 나아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정략적 목적으로 쉽게 바꿀 수 없도록 강제조항을 두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법개혁위원회를 만들어 사법개혁을 사법부가 직접 주도하지 못하도록 하듯이 정치개혁도 그렇게 하겠다는 최고통치권자의 확고한 의지가 없이는 이번도 과거정권이 그러했듯이 변죽만 울리다가 알맹이 없는 결과를 만들어 낼 것이 뻔하다.

정치개혁이 또 다시 실패하여 다가오는 총선에서 구태의연한 지역감정과 타락 불법선거가 판을 치게되면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와 저항은 극에 달할 것이며 대통령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지역감정 타파논리도 그 동력을 잃고 말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다음 대선도 지역감정을 누가 더 자극하느냐에 따라 당락이 좌우될 것이고 지역주의는 그야말로 우리 정치의 고질병이 될 것이다.

항간에는 16대총선을 전후한 여권의 정계개편 추진의도 때문에 정치개혁도 그것과의 연장선상에서 중심을 잃고 당리당략에 따라 끌려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많다.

만약 그런 이유 등으로 이번 정치개혁이 실패한다면 그 책임은 여당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정치개혁을 잘해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낼 생각을 해야지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꼼수를 부려 정계개편과 총선에서 승리하려고 한다면 그것은 국민정서를 참으로 모르는 정략적 발상이다.

설령 총선에서 목표로 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더라도 여권이 이번에 정치개혁을 성공하기만 한다면 결국 역사 속에 영원히 승자로 남게 될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현정부의 정치개혁 의지에 기대와 의구심을 가지고 있으면서, 이번 정치개혁에 실패하면 다른 분야의 개혁도 함께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결연한 각오로 대통령이 주도해 주길 바라고 있다.

다시 말해 정치권에 정치개혁을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식으로 정치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음 세대에 물려줄 만한 정치개혁을 할 것인지 바야흐로 대통령의 의지는 시험대에 올려져 있다.

정치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굳은 의지와 각오가 있는지를 국민들이 의심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대통령 스스로가 깊이 인식해서 정치개혁에 대한 발상의 대전환을 하루 빨리 하는 것만이 실패위기에 있는 정치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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