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전, 천주교인들을 처형했던 대학살의 현장인 서울 서소문공원에 당시 순교자들을 기리는 현양탑이 세워진다.
세차례의 박해를 통해 혹세무민 또는 역적의 죄를 뒤집어 쓰고 이곳에서 처형된 천주교인은 모두 98명. 국내에서 가장 많은 44위의 성인을 배출한 순교성지가 됐다.
천주교 서울대교구(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는 서소문공원이 들어선 이 순교터에 지난 48년 순교자 현양탑을 세웠으나 서울시가 자원재활용 처리장 공사를 하면서 96년 철거한 것을 이번에 새로 제작, 오는 15일 완공할 예정이다.
성 베네딕도회 조광호신부(가톨릭조형예술연구소장)와 대구의 설치작가 전종철씨가 공동제작한 이 현양탑은 박해당시의 대표적 형틀인 '칼'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15m 높이의 화강암탑을 중심으로 좌우 양쪽에 2개의 화강암탑이 배치돼 있고, 앞부분 기단위엔 유리판으로 물을 막아 분수처럼 솟아오른 물이 유리계단을 타고 흐르도록 돼 있다. 죽음의 상징인 칼과 생명의 상징인 물을 대비시킨 것으로 멀리서 보면 물더미 위에 3개의 칼이 떠있는 듯이 보인다.
중앙탑 앞쪽엔 박해 현장을 형상화한 청동조각을 붙였고 앞뒤에 각각 '복되어라 의로움에 굶주리고 목마른 사람들'(마태오복음 5장 6절)과 '나는 부활이요 생명입니다…'(요한복음 11장 25~26절)라는 성구를 새겼다.
좌우의 탑 앞에는 신유박해(1801년), 기해박해(1839년), 병인박해(1866~1871년)때의 44위 순교성인과 54위 순교자 명단을 새겨놓았다.
새남터 성지가 김대건 신부를 비롯한 성직자들의 성지라 한다면 서소문밖 네거리는 평신도들의 성지인셈. 서울대교구는 마무리작업을 거쳐 성령강림 대축일(5월 23일)을 전후해 현양탑 제막 축성식을 올릴 계획이다.
〈金重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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