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은 연약하지만 강하며, 물질의 마지막이되 본질은 소멸치 않는 '그 무엇'이죠"지난 90년 프랑스로 이주, 숯을 재료로 그 파편을 조각하거나 붙여 재료의 근본적 유약함과 획득된 이미지가 주는 강한 힘의 대비를 드러내는 개성적인 작품세계로 입지를 굳히고 있는 재불작가 이영배(43·사진)씨. 31일까지 대구 시공갤러리(053-426-6007)에서 다섯번째 국내 개인전을 갖는 그가 꼽는 작품의 모태 '숯'에 대한 찬사는 끝이 없다.
그가 숯을 사용하게 된 계기는 다소 엉뚱하다.
"막연한 동경만 안고 프랑스로 갔지만 한국적 정체성을 뚜렷이 드러낼 소재가 없어 고민이었습니다. 재료비까지 부족하던 차에 값싼 바비큐용 숯이 눈에 띄였죠"다양한 색상 표현이 불가능한 숯의 한계도 그에겐 장애가 될 수 없었다.
"재료의 제약들이 오히려 작가가 창조적일 수 있도록 내모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성실한 작품 활동으로 최근 프랑스 정부로부터 주택과 아틀리에를 제공받기도 한 그는 보다 많은 한국 작가들이 외국에서 활동할 것을 권했다.
"소통이 안되면 죽습니다. 고생을 각오해야 겠지만 그래도 나가야 합니다. 먼저 가족, 고향, 친구를 버리고 미술에 자신을 던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죠"
대구 지역의 예술적 저력은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편.
"외국에 나가서야 최병소 박현기 이강소씨 등 지역의 선배들이 얼마나 앞서 나갔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국제 무대를 지나치게 의식, 스스로 위축돼 운신의 폭을 좁히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이씨는 청도 출신으로 홍익대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 프랑스, 벨기에 등 국내외에서 아홉차례 개인전을 가졌으며 98년 파리 FIAC와 뉴욕 국제아트페어에 참여했다.
〈金嘉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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