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특혜시비 '검찰예규' 없애라

비리혐의의 고위권력층을 구속수사하거나 이들이 직.간접으로 개입된 형사사건은 사전에 반드시 상부에 보고 또는 법무장관.검찰총장의 승인을 받도록 한 '검찰예규'는 검찰의 독자수사권을 제약할 위험성이 큰 독소조항으로 폐지되는게 마땅하다.

이 검찰예규의 골자를 보면 청와대직원 관련 형사사건은 철저한 보안을 유지, 언론에 보도되기전에 청와대에 보고하고 차관급 이상 공무원, 국회의원 정당대표자를 구속수사할때는 사전에 반드시 법무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돼있다. 또 2급이상 공무원, 광역단체장, 시도의회 의장을 구속수사할때는 검찰총장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사실상 '검찰의 예규'가 없다해도 현 검찰의 운용체계로 봤을때 이른바 권력고위층이 개입된 형사사건을 계통을 밟은 상층부보고조차 않고 검찰이 독자적으로 수사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건 검찰의 관행으로 굳어졌고 또 일선검사나 검찰청단위에서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자율성이 없다해도 과언이 아닌게 현실이다.

왜 검찰의 자생력이 이토록 약화된건가. 그건 거꾸로 말해 이같은 '검찰예규' 등의 독소조항이 건재해 왔기 때문에 검찰의 손발을 그만큼 묶어온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검찰이 걸어온 길을 보면 근 40년간 군사독재 치하를 거치면서 늘 상부나 정치권의 감시 감독하에 있었고 문민정부나 지금의 국민의 정부에 이르기까지 그 영향력이 아직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80년대의 권위주의 시대에 만들어진 그 예규에 아직까지 묶여 있는 판국이니 바깥에서 아무리 검찰의 독자행보를 외쳐봐도 일탈할 수 없는 '환경'에 지배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은 검찰의 독자 판단을 배척하는 권력상층부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결과로 늘 처리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검찰이 법대로 바로 서 있지 않으면 결국 국가기강 또한 바로 서질 못한다는 사실을 정부당국자는 자각해야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할때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고위권력층에 대한 특혜시비를 불러일으킬 '검찰예규'는 마땅히 없애는게 옳다. 이런 권위적이고 군사독재시절의 잔재가 검찰에 영향을 미치는한 정부가 아무리 검찰수사가 공정하다고 외쳐봐도 그걸 믿을 국민은 없을 것이다.

국민의 불신을 받는 검찰수사 결과가 무슨 의미를 가지며 그 위에 군림하고 있는 정부를 바로 보겠는가를 국민의 정부는 귀담아 들어야 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 독소조항을 과감히 철폐하는 용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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