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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신 '침묵의 집' 이순원 '19세'신작장편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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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소설미학과 감수성, 서정성을 무기로 독자들로부터 친근감을 주고 있는 소설가 박범신, 이순원씨가 신작 장편소설을 나란히 출간했다.

글쓰기의 고통, 소설로 인한 극심한 내적 분열 때문에 지난 93년 돌연히 절필선언한 박범신씨가 신인작가의 자세로 발표한 장편소설 '침묵의 집'(문학동네 펴냄)과 이순원씨의 성장소설 '19세'(세계사 펴냄).

'침묵의 집'은 지난 91년 '마지막 연인'이후 8년만에 펴낸 장편소설이다. 3년간의 절필과 용인 칩거라는 결단을 통해 새로운 문학의 길에 대해 모색해 온 그가 새로 태어나듯 쓴 이번 신작은 이제까지 써온 소설과는 궤를 달리한다. 작가의 고백처럼 '늘 꿈꾸어온 반역을 위한 최초의 객관적 소설'로 읽을 수 있다.

소설의 줄거리는 삶의 의미를 상실한 한 중년의 남자가 생에서 마지막으로 만난 불꽃같은 사랑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는 내용. 작가는 촘촘한 언어의 그물로 주인공들의 심리를 빈틈없이 그려내고 있다. 그로테스크한 성애 묘사와 광기에 가까운 두 남녀의 비극적인 관계를 냉혹하리만치 차가운 시각으로 파헤치고 있다. '인간본능의 실체를 바닥까지 내려가 추적한 내면소설'이라는 홍보 문구에서 연상되듯 이 소설은 아프리카와 북극해, 스코틀랜드, 시베리아 바이칼호 등 거대한 자연풍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랑과 죽음의 광시곡으로 읽힌다.

이순원씨의 신작 '19세'는 빨리 어른이 되기를 꿈꾸던 한 소년의 10대 청소년기를 중년(화자)의 시점에서 되돌아 본 작품. 열세살부터 열 아홉까지 성장기의 온갖 일탈행위를 익살스러운 문체로 들추어 낸다.

모범생인 형과 달리 부모의 기대를 저버린 주인공 정수는 빨리 자기경제권을 갖기 위해 '어른놀이'를 시작한다. 가출을 반복하다 빨리 어른이 되는 현실적 대안으로 고랭지 농사를 시작한 그는 힘든 노동끝에 큰 성공을 거둔다. 오토바이를 사서 몰고 다니고, 접대부가 나오는 술집을 들락거리지만 문득 또래의 다른 아이들이 다하고 있는 어떤 것을 자기만 하지 못하고 있다는 후회에 빠진다. 화자는 자신의 성급한 일탈행위를 성장의 한 과정에서 벌어진 아름다운 추억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강을 건너와 뒤돌아보며 10대의 정체성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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