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지방대 죽이는 'BK21"

예년 같으면 하계방학으로 한가로워야 할 대학가가 요즘 홍역을 앓고 있다. '두뇌한국21'(BK21)공모 신청 마감일인 6일을 앞두고 교수들의 반발이 드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로서는 두뇌한국21 사업이 현실적으로 직업학교화 하고 있는 우리 대학을 연구중심의 대학원 중심대(大)로 육성, 21세기 과학 한국을 선도케 하는 계획이라 자부하고 있다. 그러나 내용을 따져보면 이 계획안은 가뜩이나 앞서가는 중앙의 명문대를 특별지원, 서울-지방간의 형평을 깨고 있는데다 이공계 우선 정책으로 인문계 학문분야가 소외되는 느낌마저 주는 등 문제점이 없지 않다. 이 때문에 지방대 교수들이 이 계획에 반발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명문 서울대에서도 사회대는 이 사업에 참여 않는 등 들쭉날쭉이다. 이 와중에 BK21에 가장 큰 피해의식을 느끼고 있는 대학은 지방 명문대를 자부하는 경북대와 부산대로 보인다. 이들은 'BK21'이 그동안 가뜩이나 벌어진 서울-지방대간의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하고 급기야 지방대를 죽이는 빌미가 될 것이라 주장한다. 경북대의 경우 전자전기공학부가 우수학과로 선정, 지원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 정도로는 서울의 명문대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란 것. BK21에 선행되는 서울 지역대학들에는 해마다 총 1천500억원씩 앞으로 7년간 예산이 집중 투입되는데 비해 대구는 경북대가 우수대로 선정된다한들 매년 기껏 90억원이 지원되기 때문에 "BK21은 지방대학을 황폐화시키는 게획"이란 지방대 교수들의 항변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경북대를 비롯한 대구.경북지역 대학교수들은 5일로 예정된 'BK21저지' 모임을 앞두고 "BK21이 서울대학원 입학정원의 50%를 타대학생으로 못박고 있는 것은 지방 국립대가 양성해 놓은 우수인재까지 서울대.과기원 등에 뺏기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한숨이다. 세계수준의 대학을 만들기 위해서는 꼭 지방대를 죽여야만 된다는 것일까.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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