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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데스크-'올가'는 지나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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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에 보관된 자료 화면을 트는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모든 것이 1년전 상황과 흡사했다. 도시 전체가 완전 침수된 파주 동두천 연천 등 경기도 북부지역, 허리가 뭉텅 잘려나간 곳곳의 도로, 유실된 제방, 물바다로 변한 농경지, 산사태가 덮친 가옥, 인근 학교에 수용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수재민들.

지난 주말부터 주초에 걸쳐 경기북부와 강원도 일대를 엄습한 국지성 호우와 서해안을 따라 북상한 제 7호 태풍 올가의 피해상황을 시시각각 전한 TV화면을 지켜본 국민들의 한결 같은 느낌이다.

##자료화면 보는듯한 수해방송

그러나 이같은 느낌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수재때도 장면은 그전년과 똑 같았다. 연 3년째 같은 장면의 재방송을 본 셈이다.

같은 시기 같은 지역에서 예견 가능한 재해가 거듭된다면 천재(天災)가 아니라 인재(人災)로 보는 것이 당연하다. 이제는 듣기도 지겨울 지경이지만 인재라는 말은 사라질 줄을 모른다.

인재라면 어떤 사람이 끼친 재앙인가. 정부당국과 지방자치단체의 관련 공무원, 정치인들이 바로 그들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그들이 안이함과 타성에 젖어 대책을 소홀히 했다면 이는 단순 직무유기 정도가 아니라 국민에 대한 배신이고 범죄다.

한정된 예산과 인력때문에 어쩔수 없다고 변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피해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1년전 곤욕을 치른 강둑을 땜질처방만 한뒤 방치해 다시 무너진 경우가 한두곳이 아니며 제방공사와 함께 당연히 준설했어야 할 강바닥을 그대로 둬 범람한 곳도 부지기수다. 또 병목현상 또는 급 굽이도는 강의 흐름을 개선않아 화를 부른 경우도 적지않다.

##해마다 땜질처방 급급

방재관련 예산투자를 더이상 후순위로 미뤄서는 안된다. 자연재해는 무엇보다 귀중한 인명의 손실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사후약방문격인 복구에 적게는 투자의 몇배 많게는 몇십배 이상의 비용이 들게 된다. 따라서 투자의 효율 측면에서도 어느 분야보다 뒤지지 않는다고 봐야한다.

이제는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에서도 선진국 도시의 앞선 방재행정을 보다 적극적으로 배워야한다. IMF사태이후 많이 줄긴 했지만 매년 수차례씩 나가는 해외연수와 시찰의 대상에 방재 시스템 연수등을 우선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잇단 수재의 원인중 하나가 급속한 도시화와 무분별한 개발에 있다는 지적도 소홀히 넘겨서는 안될 부분이다. 도시주변에서 자연상태로 있는 땅이 급감하면 토양의 빗물 흡수기능이 급속도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스팔트 포장도로와 주택이 대량으로 들어서면 녹지 등급에 따라 시간당 160~272mm의 빗물을 흡수하는 토양의 기능이 거의 상실된다. 그 결과는 수해를 부르는 빗물의 저지대 집중현상이다.

그린벨트에 대한 정부방침도 중소도시는 해제하고 대도시는 소규모 조정에 그치도록 하겠다는 것이지만 해제에 따른 도시주변지역 개발이 집중호우시 어떤 작용을 하게 되는지도 차제에 한번 검토해볼 필요가 있지않나 싶다.

##여름은 아직도 끝나지 않아

태풍 올가는 일단 물러갔지만 대구경북지역에는 새로이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다. 여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현재의 수방대책으로는 이번 여름이 가기전에 또다시 수해특보 TV방송에서 한달전이나 보름전 보았던 자료화면같은 장면을 봐야할지도 모를 상황이다.

태풍은 9월에도 불어닥칠수 있고 국지성 집중호우는 '여름 소나기 고무신 앞뒤가 다르다'는 말처럼 언제 어디서 내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경제, 정치, 대북정책뿐 아니라 수방대책에까지 총체적으로 부실한 것 같아 불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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