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1세기를 이끌 세계의 초강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인가? 중국이 태양계의 중심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중국의 이웃들은 몇 년전만 하더라도 약하고 분열된 중국을 걱정했으나 지금은 경제적.정치적.군사적으로 강력한 중국, 급속히 발전하는 중국을 우려하고 있다. 나폴레옹은 "저기 중국이 있다. 중국을 잠자게 내버려 두라. 중국이 깨어나면 세계를 흔들 것이다"라고 경고한 적이 있다. 중국은 아담 스미스가 말한 대로 오랜 세월 동안 정체된 국가도 아니고, 헤겔의 분석처럼 세계 역사의 밖에 존재하고 있는 국가도 아니다. 호랑이에게 위태롭게 매달려 가고 있는 중국이 아니라 호랑이 등에 완전히 올라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1978년 개혁개방정책 이후 중국은 두자리 숫자의 경제성장률을 보여 왔으며, 앞으로 연평균 6% 정도의 성장을 할 경우 중국이 일본을 단순히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기 초에는 아시아의 성장 엔진으로서의 일본을 대체하게 되고 2020년까지는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거나 필적하게 될 것이라고 세계은행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2천400억달러의 외환보유액, 핵 보유 국가, 농촌수입 증가, 새로운 고용 창출, 외국자본 유입 성공, 보이지 않는 제국인 2조달러의 재산을 가진 5천700만의 화교, 이 모든 것이 아시아의 병자였던 중국을 21세기 초강대국 후보로 부상시킬 수 있는 징후군들이다.
1997년 7월 1일 홍콩은 중국으로 이미 복속되었고, 1999년 12월 20일 포르투갈의 식민지인 마카오가 중국으로 복속되면 아시아 지역에서 서구 식민지 500년이 종식된다. 타이완까지 언젠가 중국의 품으로 들어가게 되면 대(大)중국이 건설되게 되며, 이 시점은 떠오르는 중국이 미국에 상대할 수 있는 정치.군사.경제.파워의 획득을 의미할 수도 있으며, 세계 파워가 중국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회가 올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경제적 강대국이 군사적 강대국으로 자동적으로 전환된다는 것은 역사의 법칙이다. 300만 대군을 가진 중국의 국방비는 90년 이후 해마다 두자릿수 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의 역사는 중국의 한국 지배에 대한 두려움과 협상과 유화와 투쟁의 역사였다. 한국의 대(對)중국 정책의 특징은 떠오르는 중국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지에 대한 합의점이 없고 혼돈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명확한 시각이 없고 중국에 대한 하나의 비전이 아니라 여러 개의 비전 또는 굴절된 비전을 가지고 있다. 친구로 보아야 할지, 적으로 보아야 할지, 협력해야 할 국민인지, 두려워해야 할 국민인지, 잠재적 소비자인지, 경쟁자인지, 전략적 파트너인지, 팽창주의적 침략자인지, 중국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중국이라는 호랑이는 정글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밖으로 나와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식해야 한다. 순진한 소망적 사고를 버리고, 중국위협론이나 황화(黃禍)라는 표현을 쓰지 않으면서 조용히 시간을 벌며, 대(對)중국 대응전략을 준비해야 될 때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북한의 생존 그 자체, 우리의 통일문제, 핵 확산 방지 협력, 환경 공해문제 등 한중관계는 정치, 안보, 경제, 군사, 전략상의 공통이익과 특별한 관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한국에게 2차적 중요성밖에 지니지 못했다. 한국외교가 미국과 일본에 너무 편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다음 세기에 아시아 패권과 세계 패권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사이의 관계가 악화되고 충돌과 내리막길을 달리게 될 때 미국.중국의 양 강대국으로부터 자국편에 서달라는 선택을 강요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때 한국이 외교의 유연성과 섬세함을 발휘하여 미.중 사이에 균형외교를 취하지 못하면 한국의 운명은 격랑의 바다로 향할 수밖에 없다.
김호준(부산외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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