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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희한한 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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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 하나 희한하다. 나라 망친 대통령 나라 망친 당총재, 나라 살린 대통령 나라 살린 동반자? 그동안 얼마나 차별화가 되지 않았길래 야당과의 차별화라는 구실로 국민회의가 내건 슬로건이다. 집권당이 무슨 벤처기업인가. 이런 것이나 개발하고 앉았으니. '물 벼락맞은 숯불소리' 내고 있네 정말. 앞으로 저자거리에서 이 구호를 바탕으로 얼마나 더 희한한 구호가 변형돼 안주감으로 나올지 미리부터 걱정이다. '나라'대신에 경상도나 전라도 등을 대입해보면 그도 그럴듯하고 '대통령'대신 소통령이나 특정 이름을 넣어도 또한 뭔가 시큼하기도 하다. '망친'대신에 망쳤다 살린해도 맛이 우러나는 것 같고 '살린'대신에 살렸다 망친해도 씹는 맛이 괜찮을법 하니 말이다. 개발도 개발할걸 개발해야 개발이지. 구호란 대개 언어의 마술에 녹아 그럴듯하게 포장되기 일쑤다. 여기다 리듬까지 곁들이니 대중에게 어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마술이라는게 결국은 속임수고 알고나면 싱겁기 짝이 없는 짓거리다. 언어의 마술이라고 예외일까. 조금만 이치를 따져보면 허구투성이다. 문제는 우리 정치판에 이런 말장난이 난무하니 정치가 제대로 될리 없다는 점이다. 중국 춘추시대 제(齊)나라의 왕 환공(桓公)이 관중(管仲)을 등용하여 부국강병을 힘써던 어느날. 관중과 함께 궁중 마굿간을 둘러 보다가 마굿간지기 구리에게 환공은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인가고 묻는다. 구리가 얼른 답을 못하자 관중은 『소신도 지난날 마굿간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잘 압니다만 우리를 만드는 일이 가장 어렵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관중은 우리를 만들때 처음 굽은 나무를 쓰면 계속 굽은 나무만을 쓰야돼 곧은 나무를 쓸수가 없지만 그러나 한번 곧은 나무를 쓰면 계속 곧은 나무를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유명한 곡목(曲木)과 직목(直木)의 비유다 나무를 말이라는 단어로 대치해 곡언과 직언이라 해보자. 한번 곡언을 하기 시작하면 계속 곡언을 해야 하고 직언을 했다면 그 뒤로도 바른말을 계속 할 수가 있는 법이다. 정치하는 사람들 이런 직언 개발해야지 누가 나라를 망치고 살리는 따위 구호는 아무래도 '우황든 소 앓는 소리'로 밖에 달리 들리지 않는다.

김채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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